출근 시간 10분 전 차고지에 도착해 시동을 걸고 내비게이션을 켠다. 내비게이션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쓰고 로그인한다. ‘출근 보고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다. 곧이어 배차 알림이 온다. ‘콜 배차가 됐습니다. 고객 위치를 확인하신 후 이동하시길 바랍니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고객 위치와 장애 정보가 담긴 문자가 온다. 로그인 후 배차까지 3분 남짓 걸렸다. 아직 정규 근무 시각(오전 8시)까지는 7분 남았다.
최광해(42) 씨는 8년 차 ‘나드리콜’ 운전원이다. 교통약자 특수교통수단, 이른바 ‘장애인 콜택시’라고 부르는데 지역마다 명칭이 다르다. 광해 씨가 운전하는 차량은 스타렉스를 개조해 휠체어가 탈 수 있도록 만든 특수장치차량이다. 휠체어 리프트가 자동으로 내려와 휠체어를 들어 올리고, 차량 내부에 휠체어 고정 장치가 마련돼 있다. 나드리콜 운전원은 운전뿐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를 싣고 내리는 일, 활동보조인이 없는 장애인 고객을 픽업 장소에서 데려오고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일도 한다.
광해 씨는 첫 고객에게 빨리 가야 했다. 북구 서변동 차고지에서 고객이 있는 산격동까지 가려면 빨라도 20분은 걸린다. 고객이 콜 신청을 한 시간은 7시 30분이었다. 이미 30분 이상 기다린 고객을 더 오래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평일 오전 7시 타임에 평균 30대 특장차가 운행되는데, 이미 배차가 꽉 찬 모양이었다. 첫 고객부터 늦었다고 민원을 들을 걸 각오했다.
첫 번째, 두 번째 고객은 모두 장애가 심하지 않고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었다. 산격동 인근에서 두 번째 고객 운행까지 마치고 오전 8시 47분 세 번째 콜이 배차됐다. 세 번째 고객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뇌병변 3급 장애인으로 픽업 위치가 동서변이다. 출근할 때 출발했던 서변동 인근까지 돌아가야 한다. 이 고객은 콜을 신청하고 50분이 지나서야 광해 씨에게 배차됐다. 콜 신청 시간은 오전 7시 58분이었다.
광해 씨는 “7시 58분 고객님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이었는데, 제가 8시 출근이니까 서변동에서 바로 갔으면 10분도 안 기다리셨을 것”이라며 “콜 들어오는 순서대로 빈 차량에 자동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그렇다. 제가 산격동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동안 특장차가 정말 필요한 휠체어 고객은 계속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대구 나드리콜, 법정 대수도 못 채워
장애인뿐 아니라 노약자 등도 이용 대상
차량 적고, 배차 합리적이지 않아 대기 시간↑
운전원들, 특장차 이용자 ‘분리 배차’ 요구
광해 씨가 소속된 지역연대노조 대구시설공단지회는 특장차 이용객 분리 배차를 요구하고 있다. 휠체어 이용자 대기시간도 줄이고, 장애가 심하지 않은 이용자가 특장차 배차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는 분리 배차를 시행하고 있다.
광해 씨는 “저희는 장애 정도 구분 없이 모든 유형의 이용자를 배차받는다. 그중에는 충분히 택시를 탈 수 있는 분도 계신다. 그런 분은 가끔 저희 차가 오면, 택시를 불렀는데 왜 큰 차가 왔냐고 뭐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휠체어 손님은 차를 언제 탈지가 제일 걱정이라고 한다. 꼭 필요한 손님이 특장차를 탈 수 있도록 분리 배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도시공사 나드리콜 운영 종합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특장차 평균 대기 시간은 18분 32초다. 휠체어 이용자 대기시간은 22분 27초, 비휠체어 이용자는 15분 39초다. 비휠체어 이용자는 나드리콜과 협약을 맺은 개인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택시 평균 대기 시간은 12분 27초다. 코로나19가 대구에서 퍼지기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1월 말 기준으로 보면 대기 시간은 더 길다. 특장차 평균 대기 시간은 22분 33초다. 휠체어 이용자 대기시간은 28분 51초, 비휠체어 이용자는 17분 25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특별교통수단 이용대상자는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65세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사람을 포함할 수 있다. 대구시는 3급 이상 상이등급에 해당하는 자, 국가유공자 중 대중교통수단 이용이 어렵다는 의료기관 진단서를 제출한 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2월 임산부도 나드리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대구 나드리콜 등록회원은 모두 2만 6,495명으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68.3%(1만 8,088명), 심하지 않은 장애인 10.7%(2,828명), 노약자·유공자 21.1%(5,579명)다. 휠체어 이용자는 29.5%(7,804명), 비이용자는 70.5%(1만 8,691명)이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나드리콜 차량은 모두 408대다. 특장차가 150대, 나머지는 258대는 개인택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특별교통수단 1대로 규정하고 있다. 대구시가 보유해야 할 법정 대수는 214대(2019년 기준)다. 개인택시로 부족분을 일정 부분 메우고 있다.
특장차는 법정 보유 대수도 부족하지만, 인력 문제로 150대 전체가 한꺼번에 운행할 수 없다. 나드리콜은 24시간 운영되는데, 차량은 6교대 운행으로 시간대별로 운행 대수가 다르다. 오후 1시~4시 사이 운행 대수가 가장 많은데 평균 111~125대 수준이다. 오전 7~8시, 오후 8시~10시 사이는 각각 29~30대, 22~24대 수준이다.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야간에는 4대가 전부다. 이처럼 운행 대수가 적은 시간에는 대기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구시 교통국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운행 대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 결국 모든 복지 서비스가 예산 문제”라며 “담당자들은 계속 예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필요한 만큼 배정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를 채우지 못하는 지자체가 많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상 분리 배차 불가능
차별적 요소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운행률 높이고, 공공성 확보 필요”
현행 제도상 노조가 요구하는 분리 배차는 불가능하다. 대구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나드리콜 접수순에 따라 배차할 수 있다. 대구시설공단은 특장차가 꼭 필요한 이용자에게 우선 배차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설공단 이동관리팀 관계자는 “현재는 분리 배차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올해 상반기 중 조례 개정과 시행규칙 개정이 있는 거로 알고 있다”며 “저희 배차 관제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중인데, 이를 통해 특장차가 필요한 이용자에게 최대한 우선 배차를 유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분리 배차를 유도하더라도 기준을 어떻게 삼을지가 문제로 남는다. 단순히 휠체어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특장차를 배차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인지적 장애, 정서 장애 등 여러 이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분리 배차 과정에서 또 다른 차별적 요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특별교통수단 도입 대수, 인력, 운행 시간을 늘리는 등 운행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또, 지자체마다 이용자를 다르게 정하기 때문에 법정 대수 기준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을 기준으로만 할 때 노약자도 사용할 수 있는 대구의 경우는 법정 대수 자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서는 장애인이 보편적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민호 (사)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다릿돌장애인센터 권익옹호팀장은 “분리 배차가 일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비휠체어 이용자라도 발판 등 장치가 있는 특장차가 필요할 수 있다”며 “이런 기준을 정할 때는 나드리콜을 이용하는 이용자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나드리콜 전체 운행 대수에 대한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택시 전반에 대한 공공성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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