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청의 한옥마을 조성 사업이 오히려 오래된 한옥을 훼손하게 될 상황에 놓였다.
중구 동산지구 일대는 과거 대구 읍성과 인접한 곳으로, 한옥 등 목조건물 85채가 밀집한 지역이다. 2015년 이 지역이 한옥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중구청은 한옥 보존·관광자원 개발 등을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확정된 지구단위계획대로 중구청이 도로를 내면, 오히려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한옥(동산동 제재소)이 훼손된다.
본인의 제재소 대부분이 수용될 상황인 주민 A 씨(57)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일본식 목골모르타르조 구조로 최소 1942년 이전에 건축됐다. A 씨가 문화재 조사 및 학술연구용역 업체인 계정문화재연구소에 검토를 의뢰한 결과, 연구소는 “본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산업시설 중 하나인 제재소 일부가 남은 것”이라며 “내부 공간 및 의장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으나 일본식과 한식이 절충된 건립 당시의 지붕 뼈대가 비교적 잘 남아 있어 근대건축의 시기적 변화과정사에 참고할 만한 자료”라고 판단했다.
중구청과 A 씨에 따르면, 중구청의 지구단위계획 지정 취소 동의율이 최근 80%를 넘어섰다. 지구단위계획 취소 동의율이 80%를 넘어서면 중구청 도시계획위원회에 취소를 신청할 수 있으며, 취소 확정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주민 반대율이 높은 상황에서, 중구청은 최근 동산동 제재소 부지 등 건축물 10여 곳을 포함하는 지역에 폭 6m, 길이 34m의 도로를 내기 위한 사업비 마련을 마쳤다. 해당 사업비는 지난달 31일 의회를 통과했다. 사업비는 14억 1,000여만 원으로, 이 중 12억 8,000여만 원이 수용 토지 보상비다.
예산 통과 소식에 A 씨는 강하게 반발했다. A 씨는 “한옥 지구에 보존 가치가 있는 한옥을 도로 뚫는다고 없애는 게 말이 되나. 강제로 길을 내면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며 “도시계획을 짤 때 주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지 않았다. 공청회를 했다지만 나이 많은 주민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중구청 건축주택과 관계자는 “(제재소가)오래된 건물은 맞는데,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과 관계자는 “당장 보상(수용) 절차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구청은 2018년 11월 동산동 주민에게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공고를 냈다. 당시 주민설명회에는 주민 등 관련자 82명 중 28명이 참석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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