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제조업 분야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두 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리자 “인종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구시는 최근 경북 고령에서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있었고, 이들이 주로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보호 차원에서 실시하는 조사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2월 22일과 3월 19일 두 차례에 걸쳐 대구시 내 이주노동자 3인 이상 제조사업장 이주노동자가 의심 증상 유무와 관련 없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1차 행정명령에서 이주노동자 2,553명이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행정명령은 3인 이상 제조사업장만 해당하며, 해당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전부가 아닌 2명만 표본으로 검사받도록 했다. 경기도처럼 1인 이상 제조사업장의 모든 이주노동자가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도 정책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노동자 10명을 고용한 사업장 중 한국 국적 노동자가 7명, 이주노동자가 3명이라면 이 사업장에서는 이주노동자 2명이 조사를 받으면 된다. 한국인 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구시의 행정명령에 시민단체는 인종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한다.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해 외국인만 검사를 강제할 합리적 이유가 없으며, 이번 조치로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듯한 ‘낙인찍기’ 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연대회의는 22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특정 집단에 특유한 의무를 부과하려면 합리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를 분리할 이유도, 이주노동자만 진단검사를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며 “인종 때문에 전파 확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국적이 아닌 노동환경이나 생활공간을 기준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시는 이주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예방조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제로 조치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최선희 대경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19일에 서울시의 행정명령을 철회하라고 요청했는데 대구시는 19일에 또 행정명령을 했다”며 “신규채용자도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으라고 했다. 한국이 인종차별에 얼마나 감수성이 없는지 드러난 사례다. 감염병은 인종이나 출신 국가와 상관없이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이번 행정명령 보완책을 고민 중이다. 권오상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장은 “제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기숙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최근 고령에서 감염된 사례가 있어서 샘플링 검사를 한 것”이라며 “수도권과 성격이 다르다. 신규채용 외국인을 따로 검사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온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업체에 한국인과 외국인이 같이 일해도 외국인을 검사한다. 외국인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향후 방안은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를 시작으로 서울, 경북, 강원, 광주, 인천, 전남, 울산 등 광역단체가 외국인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특정 집단에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도록 강제한 행정명령은 해열진통제 구매자(진주시), 목욕장업 종사자(성남시), 노래방(대구시), 지역 내 가구당 1명(포항시)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린 사례 등이 있다. 해열진통제 구매자에 대한 행정명령은 유증상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을 위해 진행됐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장은미 수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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