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무산됐다. 권 시장은 시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8일 오전 11시 중구보건소에서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7일 밤 질병관리청이 지자체장을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무산됐다.
대구시와 질병관리청(질병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질병관리청은 지난 3일 각 지자체에 지자체별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원도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과 함께 백신을 접종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대구시는 질병청 요청에 따라 5일 권 시장을 포함해 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원 11명을 추가 백신 접종 대상으로 보고했다. 추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후 7일 대구시는 권 시장이 8일 오전 백신을 접종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질병청 공문 전달 후 대구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단체장들이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한다는 명목으로 백신 접종을 예정하거나 실제로 접종했다. 대전 박용갑 중구청장과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지난 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서울에서도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이 10일,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8일 접종을 예정했다.
하지만 7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지자체장 백신 접종이 중대본과 협의된 적 없다는 설명이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질병청은 직접 현장에서 대응하는 인력으로 접종 대상을 제한한다는 공문을 지자체로 내려보냈다.
대구시 코로나19예방추진추진팀 관계자는 “우리 시는 시장님 포함해서 11명을 보고했는데, 다른 지자체 중에선 수십 명을 보고에 올린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 것들 때문에 수급 문제 등을 고려해서 현장 대응 인력으로 한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백신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접종대상자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해 직접 현장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까지만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고 본부장을 포함한 비현장업무 수행자는 1차 대응 요원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권영진 시장은 백신 접종이 무산된 후 개인 SNS를 통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 시장은 “위암 수술을 한 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모습을 시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과 접종률을 높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과연 특혜일까?”라며 “그렇다면 당연히 맞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백신 접종은 순조로운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첫 접종이 시작된 후 예정되어 있던 일정들이 조금씩 당겨지고 있는 것도 이를 드러낸다. 7일부터 시작된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접종의 경우도 애초엔 22일부터로 예정하고 있었지만, 백신 수급과 접종이 큰 무리 없이 진행되면서 보름가량 당겨졌다.
8일 0시까지 대구에서 백신을 접종한 이는 1만 5,407명이다. 요양병원 대상 접종은 90% 가량 진행됐고, 시설로 방문 접종해야 하는 요양시설은 조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접종도 40% 가량 진행됐다는 게 대구시 설명이다. 현재 추세대로면 7월로 예정된 일반 시민 접종도 당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