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구본부가 노동상담소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지자체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대구본부가 건물관리비 외에 대구시 예산 지원을 받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노정교섭도 재개하기로 했다.
3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제30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대구본부는 올해 본부 산하 노동상담소 운영을 정상화하고 운영비 마련을 위해 후원 회원을 모집하고 대구시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후원으로 운영하던 노동상담소는 운영비 부족, 상담사 부재 등 문제로 지난 2019년 9월 이후 운영이 중단됐다. 대구본부는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의 권리구제와 조직화 지원을 위해 노동상담소 운영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지속해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며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운영비 확보”라고 설명했다.
대구본부는 노동상담소 운영을 정상화한 뒤, 향후 ‘비정규노동권익센터(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노동 상담 법률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구지역 취약 노동 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정책 대안도 제시한다.
대구시 예산 지원에 대한 반대 의견도 일부 있었다. 임정금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대구지부 부지부장은 “(자주성이라는) 기본이 무너지면 앞으로 뭐를 더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힘들지만 지자체에 예산을 받으려고 힘을 빼느니 우리 안에서 노력하는 게 낫지 않느냐”며 “막상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자체 도움을 봤게 됐을 때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장은 “자주성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동안 상담소 운영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채 흘러왔다. 실질적인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운영의 책임을 같이 질 수 있는 고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윤종화 금속노조 대구지부장도 “상담소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되어야 하고, 노정 교섭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문제이지, 그걸로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역본부가 노정 교섭과 예산 확보를 위한 틀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길우 대구본부장은 “노동상담소가 실질적으로 미조직 노동자의 상담 창구, 조직화로 연결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당장 지자체 지원을 받는다기 보다 비정규노동권익센터로 발전시킬 때 지원받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대구, 경북을 제외한 14개 지역본부는 지자체 예산으로 별도 법인을 설립해 비정규직센터, 노동인권센터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자주성을 침해할 여지를 철저히 차단해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본부는 그동안 중단됐던 노정 교섭을 재개하고, 지역 노동정책 발굴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 권택흥 전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임기 당시 대구시, 대구고용노동청과 정례 교섭, 실무 교섭을 해왔으나, 지난 2019년 권혁태 전 대구고용노동청장 퇴진 투쟁 이후 교섭 자리가 흐지부지됐다.
대구본부는 대구시는 물론 한국노총 대구본부와 함께하는 논의 구조를 마련하고, 노동청과 정례 교섭, 현안사업장 대응을 위한 상시 협의기구도 구성할 예정이다.
또, 지역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자 중심 조례 제정 등 노동 정책 발굴을 위해 전담 인력을 배치하고,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와 정책적인 협의도 나선다. 3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의 산업재해 실태 조사를 시작하고, 어플리케이션을 구축해 노동자들이 직접 안전한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구본부 강령 중 차별의 종류에 ‘연령’에 의한 차별을 포함하고, 청년노동자 조직에도 나선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운동을 강화하고, 인터넷 기관지 ‘대구노동히어로’를 창간해 조합원들에게 직접 노조 소식을 알릴 계획이다.
이길우 대구본부장은 “대구본부는 대구 지역 노동자와 노동 현장 현실에 맞는 전망, 노동 정책 등을 연구하고 지역 투쟁 과제와 노동 의제를 내도록 노력하겠다”며 “변화하는 시기에 맞춰 실천하고 투쟁하여 3만6천 조합원에게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대구본부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