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를 지닌 A 씨는 8년 가까이 대구에서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그는 지난 1월 대구의 한 국민임대아파트에 선정됐다.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 성사되어 기뻤던 그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를 찾아가 실제 생활에 필요한 시설들을 확인하고 좌절해야 했다. 그가 입주하는 단지의 욕실이 바닥, 벽, 천장 등 내부 설비가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그에게 맞춰 주택 개조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사람센터, 이사장 노금호)는 A 씨 소식을 접하고 LH대구경북본부를 찾아 관련 문제를 지적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건의하고, 대구경북본부 관할 임대 단지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요청했다.
사람센터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LH에서 기준하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이 A 씨와 같은 중증장애인의 몸에 맞게 주택을 개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고, 욕실이 일체형으로 설계된 경우 더욱 샤워시설, 안전손잡이 등을 장애인 입주민 사정에 맞게 변경하는 것에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노금호 사람센터 이사장은 “공공임대아파트는 누구나 입주하여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사전에 갖추어져 있어야 함에도 장애인의 몸에 맞지 않게 지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장애인의 자립에 가장 필요한 요소가 집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이 강조되고 있는 지급 추세에 꼭 개선되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사람센터의 지적과 건의를 검토한 LH대구경북본부는 지난 9일 공문을 통해 “시행 중인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기준에 대해선 개선될 수 있도록 본사에 건의할 예정”이라며 “대구경북본부는 요청한 10세대에 대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혀서 A 씨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이들은 “이후 관련 부서에서 책임 있게 사전 확인하여 요청하는 세대애 대해서는 장애인의 다양한 상황에 맞게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H의 결정으로 새로운 주거 공간에서 자립생활을 이어가게 된 A 씨는 “장애인은 집이라는 공간이 나에게 맞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며 “이제 공사가 이뤄지고 이사가 잘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람센터는 “향후에도 장애인단체 네트워크와 연계해 LH본사를 통해 주거 환경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이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함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