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국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고 장덕준(27) 씨의 산재 판정에도 불구하고, 업무강도가 낮았다고 주장하면서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강은미 의원(정의당, 비례)은 그동안 쿠팡 측이 장 씨의 업무강도가 낮다고 주장해 온 것을 지적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고인께서는 워터 스파이더로 일했다. 그 업무는 강도가 덜한 직책으로 직접적인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강 의원은 “산재 판정 자체를 부정하는 건가”라며 “업무 강도가 가장 낮은 곳이라고 주장하는 곳에서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다면 전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얼마나 세다는 건지 정말 심각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네이든 대표는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를 존중한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2020년 한 해 동안 노동자의 산재 신청 중 28.5%를 인정하지 않는 의견(불인정 의견)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했다.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광주시을)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39건 산재 신청 중 68건에 대해 산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 중 산재로 승인받지 못한 건수는 15건 뿐이었다.
임 의원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재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상당수의 산재신청이 산재보험의 대상으로 판정되고 있다”며 “사업주가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신청인은 재해 사실 증명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추가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산재 인정까지 여러 어려움과 고통을 감당해야 한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제 장치를 방해하거나 외면하는 건 기업윤리를 져 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물류센터 냉난방 시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장 씨가 일하던 대구물류센터(경북 칠곡)는 제대로 된 냉방시설이 없는 거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는 동탄물류센터(경기 화성)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숨졌는데 영하 10도 온도에서 핫팩 하나로 버텨야 했다.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여름에 살을 빼려면 쿠팡에서 일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노동자가 추위 속에 돌아가셨다”며 “작업장 온도는 건강상 장애를 일으키는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쿠팡이 내놓은 개선안에 냉난방 설비는 빠졌다”고 지적했다.
네이든 대표는 “물류센터 내 휴게실, 탈의실, 구내식당은 냉난방을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냉난방이 가능한지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며 “물류센터 다른 공간의 경우 다양한 이유로 현재까지 냉난방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방한복도 제공하고, 다양한 보호장구도 제공하고 있다. 다가올 여름에 대비한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네이든 대표는 의원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자 유가족을 향해 여러 차례 사과했다. 네이든 대표는 “고인이 되신 장덕준 씨와 유족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저도 고인과 같은 나이의 딸이 있다. 고인의 부모님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최대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