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칠곡물류센터 청년 노동자 사망 ‘산재 인정’···쿠팡, 첫 공식 사과

쿠팡, "유가족에 깊은 위로···지원에 적극 임할 것"
A 씨 어머니, "사과 입장문 홈페이지에만 게시, 진심 의심스러워"

14:57

지난해 경북 칠곡 쿠팡 칠곡물류센터(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구)에서 일하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승인 받았다. 지난 9일 근로복지공단은 A(27) 씨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가 심장질병을 유발했다고 본 것이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저녁 7시부터 12일 오전 4시까지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한 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확인됐다. 그는 1년 4개월 내내 야간 노동을 했고, 근무와 휴일이 불규칙했다. 숨지기 전 3개월간 하루 평균 업무 시간은 8~9.5시간으로, 주간근무 기준에 30%를 가산하는 야간근무 기준으론 하루에 9.5~11.5시간을 근무했다.

같은 날 쿠팡은 산재를 인정하고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A 님에 대해 다시 한번 애도와 사과 말씀을 전한다. 또한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분들에 대한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A 씨 어머니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오늘이 아들이 죽은 지 딱 4개월 되는 날이다. 지난 4개월 동안 산재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이 당연한 것을 하는데 4개월이 걸리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산재 승인이 나니까 그제야 쿠팡이 사과 입장문을 냈지만, 그마저도 저희에게 알리는 게 아닌 쿠팡 홈페이지에만 올렸다. 어떻게 끝까지 자기 방식대로인지 입장문의 진심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쿠팡 현장과 시설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택배 관련 일하시는 분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도 필수노동자라고 하셨다”며 “택배노동자의 가치를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들의 산재 인정이 그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회사가 준비 중인 개선방안과 이번 근로복지공단 판정 결과를 종합하여,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택배과로사대책위는 산재 인정 판정을 환영하면서, 쿠팡 측에 안전한 근무 환경 개선 등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대구본부도 논평을 내고 “쿠팡은 입장문에서 언급한 ‘개선방안’과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구체적으로 내놓고노동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야간노동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있고 구체적인 대책을 제대로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그리고 정부가 나서서 쿠팡 물류센터 전반의 실태를 점검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재발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2일 열리는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