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건립 탄력받는데···제2대구의료원은?

정부 신·증축 20개 추진 계획 내놨지만,
대구시,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용역 추진
올해에도 최소 8개월 허송세월

16:24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지역별로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구시는 올해 하반기나 되어서야 제2대구의료원 설립 방향이 설 예정이어서 사실상 올 한 해는 인프라 확대 사업은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 설립 여부에 대한 방향이 서더라도 지방선거 체제에 들어가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3일 정부는 감염병 대응을 위해 전국에 공공병상을 5,000개 확충하는 계획을 내놨다. 계획 핵심에는 400병상 내외 지방의료원 20개 정도를 신·증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고, 국고보조율도 10%p 인상하기로 했다.

지방의료원 확충 계획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부산서부권, 대전동부권 의료원 건립과 기본계획 수립을 준비하는 경남 진주권 의료원은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우리나라 첫 코로나19 유행을 겪은 대구시는 대구의료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지만, 최근 드러나는 모습은 그것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대구시는 2021년 예산을 마련하면서 대구의료원 지원 예산 중 약 20억 원을 삭감해 대구시의회의 질타를 받았다. (관련기사=2021년 대구시 시민건강국 예산 분석···대구의료원 예산 일부 감소(‘20.11.6), “말로만 덕분에” 대구의료원 예산 삭감 행정감사 도마에(‘20.11.18))

제2대구의료원 설립 요구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는 대구경북연구원을 통해 설립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낸 수준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2월에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용역을 의뢰하면 결과는 빨라야 8월은 되어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하순은 되어야 제2의료원을 건립할지 말지에 대한 방향이 선다는 의미다.

전망은 밝지 않다. 예산 투입이 상당한 SOC 사업이 상당수 예정되어 있어서 재정 여력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총사업비 6,711억 원(시비 2,684억 원)이 소요되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대구 산업선 사업에서도 1,350억 원을 부담해 역사 2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약 4,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도로 신설도 내년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국비지원율을 높여주는 정부 계획이 있지만, 앞으로 3년 내에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까지 마무리되는 사업으로 제한했다. 대구시 계획이 예타 면제 대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연구용역 절차만으로도 최소 8개월은 까먹고 시작하는 셈이 된다. 대구시가 새로운 의료원 설립에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배지숙 대구시의원(국민의힘, 본리·송현·본동)은 “연구용역을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만, 이미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필요성은 입증되고 있는 데다, 대구경북연구원은 한 해에도 수십 건씩 으레 연구용역을 맡기는 곳”이라며 “집행부가 의지는 없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짚었다.

우리복지시민연합도 20일 성명을 내고 “34년 골방에 있어 아무도 몰랐거나 폐기된 사업마저 다시 끄집어내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토건을 향한 욕망은 불타지만, 코로나19로 방호복을 못 벗고 끝 모를 사투를 벌이는 공공병원을 추가로 하나 더 짓자는 주장에는 너무 비정하다”고 비판했다.

복지연합은 “예산이 없다며 공공병원 설립에는 부정적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의 건강과 복지보다 다음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토건 사업에 올인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짚어 보길 바란다”며 “고령화에 인구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 일변의 도시 팽창 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