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들이 오는 27일 전국적인 사회적 총파업을 예고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지만, 장시간 노동의 주요 원인인 택배 분류 작업을 여전히 택배노동자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10시 전국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시대 숨은 영웅인 택배노동자들은 지금도 쓰러지고 있다”며 “전국의 택배노동자들은 쓰러져가는 동료를 구하고 택배노동자가 살기 위한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총파업에는 CJ대한통운, 우체국택배, 로젠택배,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 5개사 노조가 참여한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택배과로사대책위 등 종사자단체, 통합물류협회 등 사용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택배노동자 과로사 합의기구)’가 출범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도출되고 합의안이 없는 상황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합의기구는 ▲택배 분류업무 명확화 ▲주5일제 도입 ▲택배기사 적정 수수료 보장을 위한 유통-택배업 상생 방향 ▲택배산업 갑질 근절 ▲택배 가격·거래 구조 개선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해왔다.
택배노조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를 막기 위해 택배 분류 작업을 원청인 택배업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노동자들은 건당 배달 수수료를 임금으로 받지만, 분류 작업까지 직접 맡아서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은 택배 분류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비용을 대리점에 떠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대리점은 다시 택배노동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대리점 측이 분류 비용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버티면서 분류 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들은 오는 19일 열리는 5차 택배노동자 과로사 합의기구 회의에서 원청사가 택배 분류 인력 투입 비용과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오는 27일 전국적으로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김상목 전국택배노조 대구경북지부 달서지회장은 “택배사업자들은 도를 넘는 망발과 자신들이 국민 앞에 한 약속 전부를 부정하는 행태로 1차부터 4차 회의까지 일관하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기구가 이런 식으로 지속한다면 5,500여 명의 전체 조합원이 참가하는 살기 위한 사회적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체국 집배노동자들도 과로사 예방을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명절 물량 증가에 더해 우체국택배 노동자들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물량이 집배노동자에게 전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 경북지부는 “우정사업본부는 파업 무력화를 위해 늘 집배원에게 택배 물량을 전가해왔다. 현재도 수수료 절감을 이유로 많은 물량을 집배원에게 넘기고 있다”며 “명절과 파업까지 겹친다면 수많은 안전사고와 과로사가 생길 것은 뻔하다. 우정사업본부는 설날 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설날 소통기 실질적 배달 인력 증원 ▲집배원 고중량 소포 전가 중단 ▲집배 평준화 재배치 중단 ▲초과근무 인정 ▲코로나19 안전장비 보급과 백신 1차 접종 실시 등을 요구했다.
한편, 택배과로사대책위가 집계한 지난해 전국 택배노동자 중 과로 사망자는 1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