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이하 민간감시기구)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관련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경주시 차원이 아니라 범정부적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감시기구는 15일 오후 회의를 통해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은 정리했지만 조사대상이나 방법, 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21일 최종 결정된다. 경주시 조례에 따라 구성된 민간감시기구는 주낙영 경주시장(국민의힘)이 위원장으로 있는 경주시 산하 기구다. 민간감시기구에는 한수원·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구성원이나 위상, 그동안 원전 안전성 문제에 보인 입장을 고려하면 민간감시기구가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생긴다. 민간감시기구 요구로 한수원은 두 차례 ‘월성원전 주변 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를 실시한 바 있는데, 2차 평가 결과를 최근까지 공개하지 않아서 은폐하려던 거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민간감시기구는 15일 “민간감시기구 주관으로 2018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실시한 주민 대상 요시료(소변) 검사에서 이렇다 할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며 “감시기구가 마치 은폐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 감시기구와 한수원은 2차 용역결과가 나오면 주민설명회를 통해 공개하기로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번 삼중수소 논란은 검출돼서는 안 되는 곳에서 검출된 것이기 때문에, 월성원전 부지 전반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하며, 이는 경주시 차원이 아닌 범정부적 기구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한수원도 월성원전 3호기 인근 고인 물에서 최대 리터당 71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원홍대 월성원자력본부장은 “방사성 준위가 높은 보조 건물에서 나온 공기가 고인 물에 침착돼 삼중수소가 높아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월성원전은 20년이 넘은 노후 원전으로, 전반적인 안전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삼중수소 유출 논란은 또 문제가 제기된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경주시 차원의 조사는 반대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전반적인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부지 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광범위하게 누출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71만 베크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지 내 27개 관정에서 상당량의 삼중수소가 관측된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14일 월성원전을 방문한 김석기, 김영식, 이철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한다며, 삼중수소가 물에 고이지 않도록 일부 건물의 밀봉을 강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