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괴담 생각이 난다···정권 수사 물타기, 선거 앞둔 상황에서 한 거짓말” (김석기 국회의원)
“(여야가) 동일한 자료를 받았는데 (여당은) 원전 위기감만 고조시키고 불안의 도가니에 빠트린다” (이철규 국회의원)
“여당에서 왜 물타기를 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김영식 국회의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월성원전을 찾아 “원전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월성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유출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광우병 괴담과 유사하다”, “여당의 침소봉대”라고 위험성을 일축했다.
14일 오전 11시, 국민의힘 소속 김석기(경북 경주시), 김영식(경북 구미을), 이철규(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국회의원, 정용훈 KAIST 교수가 월성원전을 방문했다. 이들은 원홍대 월성원자력본부장으로부터 최근 불거진 삼중수소 유출 논란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
원 본부장은 월성원전2호기 관측정(WS-2) 인근 배관의 누출 현상을 발견했지만, 인근 배관이 묻힌 토지에는 평균적인 삼중수소 농도가 나와서 많은 양이 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호기 인근 고인 물에서 1리터당 최대 71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점에 대해서는 유출 때문이 아닌 공기 중의 삼중수소가 물에 용해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원전 외부 환경으로 유출이 없었기 때문에 비계획적 유출이란 언론 보도도 잘못된 사실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브리핑을 들은 의원들은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여당이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김석기 의원은 “여당이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원전 주변 주민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허위사실로 침소봉대해 괴담을 퍼트리는 건 용서해선 안 될 만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우병 괴담이 생각난다. 정치적 악의가 있다. 월성1호기 강제 폐로와 관련해 경제성 조작이 있고 범죄 혐의가 있어 수사의 칼날이 정권 핵심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선거를 앞두고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식 의원은 원홍대 본부장에게 “왜 이런 부분이 갑작스럽게 불거졌나.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심증이 든다.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물었고, 원 본부장은 “정치적인 얘기를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철규 의원은 “마치 73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 유출된 것처럼 국민들에게 잘못 알리고 있다”며 “(여당이) 우리와 같은 자료를 가지고 불안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국회의원들이 월성원전을 방문하기 전부터 경주 양남면 지역 주민 20여 명은 “주민 안전이 먼저다.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항의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마른 멸치를 나눠주며 정용훈 교수 발언을 풍자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량이 마른 멸치 1g을 섭취한 것 정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은 오전 11시 2분 월성원전 홍보관에 도착해 지역 주민 항의를 듣지 않고 브리핑장으로 들어갔다. 브리핑 이후에도 주민들을 지나쳐 차량에 탑승했으나, 주민들이 약 15분간 차량을 막아서며 항의하자 차량에서 내렸다.
이철규 의원은 주민들에게 “감상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원전이 좋다, 나쁘다 단언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현장 확인 후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할 것”이라며 “진실이 무엇인지, 대책이 있는지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말은 한수원 노조와 면담에서 뒤집혔다. 이 의원은 “(여당이) 무책임하게 주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광우병 2탄”이라며 “(여당이) 침소봉대하려는 것을 초반에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고 노조 측에 당부했다.
이날 항의에 나선 주민 이재걸(58, 양남면 신서리) 씨는 “조사 좀 해달라고하는데 멸치 한 마리 어쩌고 하는 교수를 데리고 와서 어쩌잔 말인가”라며 “괴담이 어쩌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정말로 우리를 생각했으면 이렇게 안 한다. 먹고 사는 사람들 심정이 어떤지 보려는 마음으로 와서 감시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도 오는 18일 월성원전을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