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평양 송환을 요구하는 김련희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불구속기소 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시작된 수사가 근 4년 만에 기소로 결정됐다. (관련기사=경찰, 평양 송환 요구 김련희 씨 자택 압수수색(‘16.10.31))
대구지방검찰청이 적용한 김 씨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잠입·탈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 3월 주한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인권보호요청서를 제출하면서 북송을 요구했다. 당시 주한베트남대사관 외교관에게는 ‘중국에서 브로커에 속아 한국에 들어왔는데 북한으로 보내 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검찰은 당시 외교관이 권한이 없다며 퇴거를 요청했는데도 김 씨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공동퇴거불응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 씨가 2015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50회에 걸쳐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 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목적으로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유튜브 등을 통한 이적표현물 제작 등 혐의도 두고 있다.
대구지검은 “베트남대사관에 들어가 북한송환 망명 신청, 페이스북에 북한선전, 자작 글 등 이적표현물을 제작·배포했다”며 “북한사회주의 체제 찬동 글 및 영상도 제작·반포했고, 베트남대사관의 퇴거 요청에도 불응했다”고 밝혔다.
김련희 씨는 <뉴스민>과 통화에서 “2016년 경찰 압수수색 이후 검찰은 한 번도 나를 조사하지 않고 기소한 점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권 교체 이후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기소된 데에 대해 김 씨는 “검찰이 지금 정부의 의견을 대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한은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모범적 국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10년 동안 송환을 요구했는데 재판 받게 됐다”라고 말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김련희 씨는 남파간첩이나 조직적 실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며 “고향인 평양에 가고 싶어 하는데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여전히 남북적대라는 관점, 정치적 관점으로 검찰이 기소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남북관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 씨를 인도적으로 송환하는 것이 남북관계를 열어가는 하나의 토대가 될 수도 있다. 평화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송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련희 씨는 2011년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온 후 줄곧 송환을 요청해왔다. 김 씨는 2011년 간 질환 치료 목적으로 중국으로 갔다가 탈북 브로커를 만나 한국에 치료비를 벌기 위해 오게 됐다. 그는 브로커에 속아 여권을 빼앗긴 채 탈북자 신세가 됐다며 2015년 통일부 등에 인도적 송환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관련기사=평양주민 ‘김련희’가 있어야 할 곳(‘15.9.2))
송환이 이뤄지지 않자 김 씨는 2016년 3월 주한베트남대사관을 찾았다. 경찰은 같은 해 김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10월 김 씨가 당시 거주하던 대구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