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청도대남병원 정신장애인들이 되돌아간 곳은···

살아남은 95명 중 91명, 또다시 정신병원으로
강제입원 까다롭게 하려고 만든 절차 있어도 ‘무용지물’
정신건강복지법도, 장애인복지법도 외면하는 정신장애인
감염병의 시대, ‘전원’ 대신 ‘탈시설·자립’ 지원해야

14:11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사망이 일어났을 때를 기억한다. 입원 환자 대부분은 장기입원자였으며 병상 없이 온돌 바닥에 누워있던 모습, 그리고 첫 사망자의 몸무게가 42kg인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유례없던 대규모 집단감염과 잇따른 죽음으로 청도대남병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자, 정부는 코호트 격리를 풀고 거주인들을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타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입원환자 104명 중 10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그렇다면 타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마친 95명은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에 대해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사망이 일어났을 때를 기억한다. 입원 환자 대부분은 장기입원자였으며 병상 없이 온돌 바닥에 누워있던 모습, 그리고 첫 사망자의 몸무게가 42kg인 사실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뉴스민 자료사진)

살아남은 95명 중 91명, 또다시 정신병원으로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경상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청도대남병원 입원환자들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국의 국가지정격리병원에 뿔뿔이 흩어져 치료를 마친 뒤, 중앙대책본부의 이송 명령을 통해 국립 정신병원인 부곡병원과 공주병원으로 전원 조치됐다.

이후 국립 정신병원들은 병상 부족을 이유로 청도군에 사립 정신병원으로의 전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95명 중 91명은 청도에 있는 청도메타병원 및 청도하나병원과 경상도 내 다섯 개의 사립 정신병원으로 또다시 전원 되었으며, 나머지 4명은 자택으로 갔다. 취재 결과, 이들이 전원된 병원 중에는 청도대남병원처럼 폐쇄병동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한편,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은 2명에 대해서는 “다른 정신병원으로 전원 되었거나 자택에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청도군 보건소 측도 정확한 행방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음성 판정 후 조치 현황. 사망자를 제외한 95명 중 91명이 정신병원으로 전원되었으며, 4명은 자택으로 갔다. (자료=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이처럼 코로나19 치료를 마친 대부분의 입원환자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다른 정신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당시 청도대남병원 입원환자가 있던 국립 부곡병원과 공주병원에서는 의료법 제47조의2항에 근거해 병상 부족을 이유로 청도군에 타 정신병원으로의 전원을 요청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천재지변, 감염병 의심 상황, 집단 사망사고 발생 등의 이유로 긴급히 전원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입원환자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킬 수 있다.

이처럼 A병원에서 B병원으로 옮겨갈 때 ‘퇴원 후 신규입원’이 아닌 병원을 옮기는 ‘전원조치’를 하면, 강제입원 시 필요한 입원적합성심사(아래 입적심)를 받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입적심은 과거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된 제도 중 하나다.

당시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환자 10명 중 7명은 강제입원 환자였다. 104명의 입원유형을 살펴보면 강제(비자의)입원 환자 71명(보호입원 67명, 행정입원 4명), 동의입원 1명, 자의입원은 32명이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퇴원’이 아니라 두 차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 되었다. 이에 대해 경북도청 관계자는 “이미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적심을 받고 입원이 연장된 상태라면, 전원 시에는 다시 입적심을 받을 필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입원환자 전원과정. 코로나19 발생 뒤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이후 음성판정 뒤 국립 정신병원을 거쳐 청도군·경상도 내 사립 정신병원으로 두 차례 전원되었다. (자료=정의당 장혜영 의원실, 재구성 이가연 비마이너 기자)

강제입원 까다롭게 하려고 만든 절차 있어도 ‘무용지물’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이는 ‘거주와 치료 환경의 변화’다. 따라서 세심한 규정이 필요함에도 정신건강복지법에 강제입원 환자 전원 시 그 사유는 무엇인지, 당사자에게 충분한 안내를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절차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저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0년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퇴원 절차 안내 부록’에 강제입원 환자의 전원은 입적심이 끝난 후 가능하므로 별도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설령 입적심이 시행됐더라도 애초 목적대로 적절히 기능하리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10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통계에 따르면, 입적심 신설 이후 심사 건수는 올해 8월 말까지 1년 3개월 동안 4만 4279건이었으며, 이 중 퇴원·퇴소가 결정된 건수는 고작 663건뿐이었다. 즉, 심사를 통해 입원이 결정될 확률은 98.5%에 달한다.

나아가 강제입원 환자의 요청과 입적심 위원장의 직권에 따라 입원적합성 대면조사가 가능하지만, 지난 1년 3개월 동안 환자와 대면조사를 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청도대남병원 집단 감염이 일어난 직후, 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부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방안을 개정해 대면조사를 중단하고 서면조사만을 시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전파양상을 고려해 종료일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다. 청도군 보건소 관계자도 “정신병동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사례가 발생한 뒤로, 외부인 출입금지로 인해 대면조사는 못 하고 있으며, 위원들도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복지부는 시행방안을 개정하면서 입원 연장을 위한 추가진단 절차도 간소화시켰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은 입원 2주 이내에 서로 다른 정신병원에 소속된 의사 2명이 ‘입원이 필요하다’고 동일 진단해야 가능하며, 강제입원 연장 시에도 서로 다른 정신병원 의사 2명의 동일 진단이 필요하다. 이는 과거 정신보건법에 없던 내용으로 교차 진단을 통해 부당한 강제입원과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신설됐다.

▲청도대남병원 환자들을 돌보던 의료진(뉴스민 자료사진)

그러나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 2인 진단’ 또는 ‘의사가 1인인 경우 단독 진단’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지난 11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완화조치이지만, 입원절차가 입법취지와 달리 운영되기 때문에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라고 복지부에 의견을 표명했으나, 복지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즉, 이제는 강제입원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도입된 입적심과 6개월마다 하는 입원연장심사 모두 서면으로 진행하고, ‘환자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 두 명(혹은 한 명)’의 진단만 있다면 강제입원도, 강제입원 연장도 가능해졌다. 과거 정신보건법 전면 개정 과정에서 강제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하기위해 신설된 제도 상당수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정신건강복지법도, 장애인복지법도 외면하는 정신장애인

코로나19로 정신병원에서 집단 감염·사망이 발생했지만, 오히려 복지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병원문을 굳게 닫아 강제입원 환자에 대한 퇴원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중 정신질환자의 사망 비율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698명 중 치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사망 비율은 38%이다. 또한 청도대남병원 이후에도 대구 제2미주병원,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 음성 소망병원 등 수많은 정신장애인 입원병원 및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를 비롯한 장애계는 정신병원과 같은 집단거주시설에 대한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코호트 격리’가 아닌 ‘긴급 탈시설’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긴급 탈시설’을 통해 국가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택, 활동지원, 장애인연금, 동료지원 등 모든 요건을 책임지고 긴급하게 지원하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장애인거주시설 신아원에서 60명의 거주인과 종사자가 집단감염되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9일,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탈시설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였고 그 결과 서울시로부터 ‘신아원을 비우고 거주인들을 분산조치 시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이 병원’에서 ‘저 병원’으로의 전원만이 이뤄질 뿐, ‘탈원화’는 좀처럼 상상되지 못한다. 여기에는 다른 장애인보다 유독 정신장애인에게 더 열악한 장애인 복지시스템이 있다. 현재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의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이 아닌 정신건강복지법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정신장애인 복지지원에 관한 선언적인 조항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은 배정되어 있지 않다.

청도군 보건소 관계자에게도 청도군에서 정신장애인이 퇴원한 후 자립할 방법이 있는지 물었지만 회의적이었다. 그는 “장기입원 중인 만성 환자들이 퇴원하게 되면 일주일에 한 번 정신건강복지센터(아래 센터)에 약 타러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서, 다시 재입원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해 지역사회에서 주거, 취업, 사회활동 등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례관리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이 부족해 열악한 지자체 예산에 기대어 있으며, 이로 인해 인력도 부족해 센터 직원 한 명당 맡아야 하는 사례관리 대상자 수는 100명이 넘는다. 게다가 센터 직원은 비정규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센터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위탁계약을 맺지 못하면 고용 승계도 장담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안정적인 사례관리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현재 센터를 위탁으로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 정신의료기관이나 해당 운영법인이다. 그로 인해 현장에서는 탈원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센터가 병원에 종속되어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청도군에 있는 센터를 위탁운영하는 기관도 청도메타병원(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해동의료재단이다.

백재중 신천연합병원 병원장은 “정신병원과 센터는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종속적인 관계다”면서 “이로 인해 정신병원은 더욱 권력화되었고, 센터는 정신장애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의 흐름을 바꿔 지역사회의 자립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병원에 들어가는 예산이면 탈시설 하기 충분하다”면서 “이탈리아에서는 과거 정신병원을 폐쇄한 뒤 지역마다 정신보건 사업을 총괄하는 정신보건국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29일 오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신아원 거주인의 ‘긴급 탈시설’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시청 앞에 늘어선 45개 텐트 행렬. 텐트마다 ‘지금 당장! 긴급 탈시설 이행’이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 팻말이 붙어 있다. (사진=비마이너 허현덕 기자)

감염병의 시대, ‘전원’ 대신 ‘탈시설·자립’ 지원해야

현재 복지부는 강제입원·입소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신장애인 절차보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에 함께하는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는 △입원 생활 지원 △당사자의 의향을 반영한 각종 절차 지원 △퇴원 후 치료 및 지역사회 연계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송승연 한국후견신탁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장애인이 탈시설 할 때에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이 대형 거주시설을 찾아가 상담을 하고 지원주택이나 체험홈을 연결해주지만,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이런 절차 지원체계가 없다. 그래서 현재 복지부가 이와 비슷한 절차보조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라며 “그러나 아직 법적 근거가 없는 시범사업이라 병원의 협조가 어렵고, 청도대남병원과 같은 폐쇄병동은 찾아가기 어려워 환자들을 만나기도 어렵다. 지역사회에서는 정신장애인에게 퇴원 후 연계할만한 일자리나 동료지원이 많이 없어서 여전히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움직임은 국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일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안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립지원계획을 담고 있다. 법안에서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장애인거주시설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인들이 수용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도 장애인생활시설로 간주한다. 법안은 이러한 장애인생활시설 신규 설치를 금지하고, 10년 이내에 모든 시설을 폐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이 탈시설 한 뒤에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별 탈시설지원계획 수립과 이행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코로나19는 장애인 거주시설과 정신병원, 요양시설 등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시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가장 약한 사람부터 죽인다. 쇠약하여 시설에 갇힌 것인지, 시설에 오래 수용되어 있어 쇠약해진 것인지 인과관계는 알 수 없으나 청도대남병원 첫 번째 사망자는 (언론보도에 따르면) 시설 수용 20년 만에 죽어서야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사실에 사회는 경악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후에도 유사한 죽음을 계속 목도하고 있다. 그 사실이 여전히 경악스럽다면,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탈원화’말이다. 시설 바깥의 삶을 준비할 때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기상조란 없다. (기사제휴=비마이너/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