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으로 코로나19 확산 대한민국에 산다는 건···증언대회 열려

"코로나19도 공포지만···정부, 이주민 견디기 힘든 일상 만들어"

17:02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대구경북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연대회의가 증언대회를 열었다.

오전 10시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열린 증언대회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의료복지 차별, 농업이나 제조업 분야에서 이주노동자가 겪는 차별에 대한 당사자 증언이 나왔다.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증언대회가 민주노총 대구본부에서 열렸다.

영주권이 있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카오티 항 씨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3월, 3살 된 자식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혼자 키워야 했던 상황을 알렸다. 한국에 정착한 10년 동안 똑같은 세금을 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정주민이 받는 다양한 지원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항 씨는 “한국에 살면서 나는 의무를 다했는데 한국 사람과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2~3월 어린이집 휴원에 들어갔을 때 나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까지 해야 했다. 온라인 교육은 이해하기도 힘들어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담미카 씨는 대구에서 비닐 제작 공장에서 하루 12시간가량 일 하다 허리를 다친 사연을 말했다. 담미카 씨는 사업주가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일을 시켜 허리가 악화됐다고 한다. 다른 공장으로 옮기려 했는데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아 이조차 불가능했다. 결국 비자 기한이 2년가량 남았지만, 스리랑카로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담미카 씨는 “한국이 필요해서 이주노동자를 불러 놓고 우리는 노예처럼 대우받았다”며 “외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안전하고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도 미열이 있어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사례, 농촌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이날 증언대회를 주최한 연대회의는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들은 마스크조차 구입할 수 없도록 했고, 재난지원금도 배제했다. 코로나도 공포스럽지만 한국 정부는 이주민을 더욱 견디기 힘든 일상으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UN 이주노동자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땅의 이주노동자들은 인간으로, 노동자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조차 받지 못한다”며 “12월 18일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맞아 UN 이주노동자 국제 협약을 한국 정부가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