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은 ‘1등주의’가 만연하다. 1등은 모든 것을 차지하고 2등부터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다. 많은 국민이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응원하고, 1등 성적표를 받아들면 자긍심을 느껴왔다. 엘리트 체육의 성적 지상주의가 당연시되는 대목이다.
운동선수는 희박한 확률로 태극마크를 단다. 하지만 기득권층 진입 면허인 메달을 딴다고 생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축구나 농구, 골프 등 인기 종목의 경우 선수들에게 거액 연봉이 보장되지만, 비인기 종목의 선수는 메달리스트라도 생활고에 시달린다. 메달을 획득한 당시에는 국위 선양이라고 추켜 세워주지만, 메달은 몇 날 몇 달이면 잊힌다.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선발 과정에서 탈락한 대다수 운동선수는 더욱 빈곤하다. 은퇴한 뒤 겨우 자리 잡은 학교나 클럽의 감독이나 코치로 일하면 중위소득에 한참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일용직을 전전하는 은퇴 운동선수도 흔히 볼 수 있다.
주식회사 디에스그룹은 은퇴 운동선수들이 전문성을 살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스포츠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선수로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은퇴 운동선수들이 지도자로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렇게 교육받은 이들은 기관이나 기업 등에 강사로 파견되어 찾아가는 운동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여는 시중 단가보다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탠다. 지도자의 길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디에스그룹에서 자체 운동기구나 장비를 연구 개발할 때 일을 맡겨 전문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인정받아 대구시 제2020-18호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목표는 정희준 대표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정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살아남기 위해 권투를 시작했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프로로 데뷔해서는 KBC 웰터급 챔피언을 차지했다.
권투선수로서 정점에 오르고 은퇴한 뒤에는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국제문화체육진흥회 대구지부, 생활체육복싱협회 대구지부 등 여러 단체를 운영하며 대외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전공 경력의 결실을 거두지 못하는 동료와 후배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생계를 보장받은 선수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정 대표가 하게 된 계기다.
그는 “은퇴 운동선수들이 안정적 수입을 얻을 수 있다면 디에스그룹을 통해 전해 받은 ‘선한 영향력’이 사회 공헌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10여 년 동안 ‘대구경북싱요사’라는 봉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봉사활동에는 매년 300명 넘는 대구시민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