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서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성희롱 의혹을 받는 의원과 이를 무마하려고 한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윤리위에서 유일한 여성 의원인 조복희 의원이 사임을 표명했다. 남성이 다수인 윤리위에서 여성으로서 한계를 느꼈다는 이유다.
26일 조복희 의원(국민의힘, 비례)은 입장문을 통해 “남성 의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다수결로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 것을 보고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앞으로 성희롱 관련 건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과 자괴감이 들어 더 이상 남아있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달서구의회 윤리위(위원장 박종길)는 모두 9명으로 여성 의원은 조 의원이 유일(11.1%)하다. 달서구의회는 모두 24명이고 이중 여성 의원은 7명(29.2%)이다. 윤리위는 지난 25일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징계 대상자들의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성희롱 의혹을 받는 김인호 의원(국민의힘, 진천동)은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했다.
조복희 의원은 이 과정에서 더 높은 수위의 징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지만 의견이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윤리위원으로 참석한 저에게 오히려 ‘김인호 의원이 동료 여성 의원을 비하하는 것을 직접 들었냐’고 몰아세웠다”며 “여성 의원과 함께 김 의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에 함께했던 의원마저도 우리 편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무마를 시도했던 안대국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용산1·죽전동)에 대해서는 무기명 투표 끝에 가장 낮은 징계인 ‘경고’를 결정했다. 더구나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안 부의장을 감싸는 발언도 나온 거로 전해진다.
조 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안 의원이 부의장으로서 의회를 생각해서 전화한 거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언론에 나와 타격을 많이 받았다’는 등 발언을 했다”며 “이런 발언은 또 다른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정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달서구의회 성희롱과 관련해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데 어제 진행된 윤리위 과정에서 여성 의원으로서 한계와 모욕감을 느꼈다. 저는 윤리위원을 사임하지만 달서구의회 성인식 개선의 계기가 되길 간곡히 기대한다”며 “이번 일로 윤리위 구성 시 성 비율과 외부 인사에 중점을 둬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또, 이번에 결정된 가벼운 징계 수위는 재심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길 윤리위원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졌으나, 조 의원님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며 “사임 결정에 대해서는 안타깝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달서구의회 윤리위는 오는 27일 3차 회의를 열고 김인호 의원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리위에 회부된 더불어민주당 이날 김귀화(본리·본·송현동), 김정윤(진천동), 이신자(비례) 의원에 대한 징계는 법원 선고 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국민의힘 대구시당은 지난 25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김인호 의원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