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현장에서] (2) 미하우스 김요셉 대표

10:25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이 빈곤을 연구한 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지금까지 주로 ‘성장을 연구한 경제학자들을 수상자로 꼽아왔는데, 지난해 분배를 연구한 학자들을 선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에 대해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모든 형태의 세계 빈곤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잠식하면서는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은 올 초 마스크 대란이 일었을 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스크를 대량으로 공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해외 명품 브랜드는 상품 대신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만들었다. 정부 지원금을 더 어려운 기업에 양보한 기업도 있었다. 이들 기업에는 ‘사회가치경영’이라는 경제적 용어가 따라붙는다. 사회가치경영은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기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윤 창출이 지상 최대 목표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나선 기업들은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경제는 아직 낯설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일도, 협력과 연대를 하는 것도 어렵다. 경제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쉽고 명확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은 모호하다. 가뜩이나 힘들고 바쁜데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원한다.

사회적경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윤 창출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을 꿈꾸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구지역의 신생 기업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제공
※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추진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는 대구경북 창업팀을 소개한다.

▲김요셉 미하우스 대표는 “사회적기업도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착한 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주식회사 미하우스 김요셉 대표는 고등학생 때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망했다. 중고 물품 거래나 공동구매 등 소소한 사업으로 용돈 벌이를 했지만, 경쟁업체에 밀려 실패를 맛봤다. 요인은 관련 지식의 부재였다. 김 대표는 사업이 성공하려면 계획과 전략,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적에 겪은 실패는 양분이 됐다. 김 대표는 광고 관련 회사에 다니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했다. 이렇게 쌓은 지식과 경험은 그의 대표 자산이다. 미하우스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마케팅하는 사업을 한다.

“네이버나 쿠팡 등 대형 오픈마켓에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이 보이지 않는 게 늘 아쉬웠어요. 공공 조달 시장에서만 활로를 모색해온 탓이라고 생각해요. 미하우스의 목표는 민간 쇼핑몰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자주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본질적 특성 때문에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공공 부문이 조달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을 우선적으로 사는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등의 별도 지원을 해준다. 하지만 다른 우선구매 대상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공공기관의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구매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사회적경제기업 우선구매제도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8년 공공기관의 조달구매 액수 중 사회적경제기업은 0.6%에 불과하다. 여성기업(8.7%)과 장애인 기업(1.9%)보다 낮고 중소기업(75.1%)에는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경제가 자생력을 키우려면 사회책임조달에만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하우스는 지난 1년간 사회적경제기업의 여러 제품을 런칭하고 마케팅을 펼쳤다. 일부 기업의 제품 판매에서는 6만 개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마케팅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품질 개선과 판로 변경 등으로 다듬은 결과다. 미하우스는 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연 매출 20억 원 이상 발생을 목표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러 사회적경제기업과 머리를 맞대가며 고생한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 얼마나 ‘짜릿’했는데요. 프로젝트 성공의 성취감은 미하우스가 앞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의 제품 마케팅을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으로 변했어요.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실현시킨다’는 게 미하우스에 가장 큰 목표가 됐어요.”

김 대표는 사회적 경제에 뛰어들면서 얻은 ‘보람’은 경영 철학으로 이어졌다. 그는 미하우스의 철학 3가지(절대 거짓된 행동하지 말자, 상호 간 존중과 배려하자, 협력업체와 진실 되게 소통하자) 중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