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을 두고 균형 발전 효과보다 오히려 경북 지역이 소외될 거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북 안동, 예천 등 상대적으로 대구와 거리가 먼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도시로 발전시키는 것을 전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경상북도, 강원도, 충청북도,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행안위원들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상황에 대한 우려를 집중적으로 꼬집었다.
서범수 의원(국민의힘, 울산 울주군)은 “현재 경북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소멸 위험 지역이다. 대구·경북을 통합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느냐”며 “일부에서는 행정통합이 경북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안동·예천 도청 신도시 무용지물화, 대구로의 인구, 돈 쏠림 현상이 생길 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형동 의원(국민의힘, 경북 안동·예천)도 “통합을 통해 위기를 뚫겠다는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통합이 과연 답인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혹시나 대구가 블랙홀처럼 경북의 인재와 자산을 끌어모으는 거 아닌가. 지방 분권 흐름에 오히려 통합으로 역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수도권 집중 문제부터 해소하고 난 후 대구·경북 통합 논의하는 것이 우선 아닌가”라며 “수도권 집중이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일차적인 원인이다. 행정통합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덧붙였다.
이형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을)도 “현실적으로 대구광역시가 광역시 지위를 포기하면 대구시민이 동의하겠느냐”며 “자칫 행정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도권을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통합이 능사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지사는 “안동·예천이 도청 옮긴 지 4년째인데 큰 발전을 못 하고 있어 안타깝다. 신도시에 332만 평 마련해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130만 평만 개발되고 200만 평은 비어있다”며 “아무리 대기업에 집을 지으라고 해도 수요가 없으니까 하지 않는다. 인구 이동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앞으로 수도권만 남고 나머지는 다 소멸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 자체적인 생산성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문화 자원을 합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 중심에는 광역교통망이 생겨야 한다”며 “균형 발전 차원에서 새롭게 생기는 행정기관은 경북 북부 지역으로 보내는 것을 약속하고 시작해야 한다. 안동·예천은 워싱턴처럼 행정중심도시, 대구는 뉴욕처럼 문화경제금융도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