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을 두고 택배노동자 대책위가 명백한 과로사라며 쿠팡 측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쿠팡 측은 대책위의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면서도 대책위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16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민주노총대구본부, 서비스연맹대구경북본부, 택배연대노조대구경북지부는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고인의 과로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야간 작업 뒤 퇴근한 27세 노동자 숨져(‘20.10.15))
쿠팡 칠곡물류센터(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구)에서 야간 포장보조원으로 일하던 A(27) 씨는 지난 12일 오전 6시께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전날 저녁 7시부터 사망 당일 오전 4시까지 포장 보조원으로 야간 근무를 한 뒤 퇴근했다. A 씨는 7층에서 포장해야 할 물품을 자키를 이용해 포장 담당자들에게 배분하는 업무를 한 거로 알려졌다.
대책위와 유족에 따르면, A 씨는 최근 업무 중 몇 차례 가슴 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다. 또, 사망 당일 체한 듯한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임금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온 거로 보아 코로나19와 추석 연휴 여파로 노동 강도가 높았을 거로 보고 있다.
A 씨의 어머니는 “자키(jack, 물건을 끄는 기계)를 끌고 다니면서 레일에 물건을 나르는 ‘간접’ 일을 했다. 자키는 순간적인 힘을 써야 하는데, 아들이 평소에 ‘1톤은 되는 거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주간 노동, 장시간 노동보다 야간 노동이 훨씬 노동강도가 높다. 야간 노동을 1년간 한 상황이었다”며 “심장 통증을 느껴왔다는 것은 전형적인 과로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쿠팡은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며 “A 씨에 대한 과로사, 산재를 승인하고 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지만, 유족과 대책위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대책위가 A 씨 업무를 ‘택배 분류 작업’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포장보조원으로 일한 A 씨의 업무가 분류 작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A 씨의 노동강도가 높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로 최근 3개월간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약 43시간이었다”며 “택배대책위는 쿠팡이 고인에게 노동강도가 가장 심한 곳에서 야간근로를 강요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쿠팡의 단기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 그리고 업무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고인 또한 해당 시간대 출고 작업 중 포장 지원 업무에 지원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쿠팡은 고인에게 매월 상시직 전환 권유 문자를 발송하면서 입사를 권해 왔다”며 “고인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상시직 대신 원하는 시간 원하는 대로 일하는 단기직을 선택해 왔다”고 밝혔다.
쿠팡은 “쿠팡은 오히려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줄이는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쿠팡은 분류작업 전담직원을 별도로 채용해 배송직원이 배송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는 택배대책위가 택배업계에 요구하는 핵심 요구사항”이라며 “앞으로도 쿠팡은 배송직원 및 물류센터 근무자들의 근로 환경을 선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