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대구의료원 중요성 강조됐지만 여전히 ‘적자’ 타령

대구의료원장 인사청문회, 청문위원 절반이 적자 문제 지적
포스트 코로나19 대비하는 감염병 대책 질문은 2명 뿐

16:04

“대구의료원 최근 5년 의료 수익과 지출 현황을 보면 가면 갈수록 적자가 많이 난다”
“대구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공의료,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건 아는데, 그럼에도 전국 34개 정도 의료원 중 16곳은 흑자를 내고 있다”
“적자 운영에 대해선 후보자님도 크게 환영하진 않을 거다”
“이쪽에선 왜 흑자가 나고 우리는 적자가 나는지 연구는 하셔야 할 것 같다”

13일 열린 김승미 대구의료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거치면서 중요성이 강조된 공공의료기관에 대해서 여전히 ‘적자’ 구조를 문제 삼는 질의가 이어졌다. 질문량만 따져봐도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는 감염병 대책에 대한 질문 보다 ‘적자’를 문제 삼는 질문이 더 많이 나왔다.

오전 10시부터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 8명 중 4명이 적자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주문했고, 2명만 지난 2, 3월 코로나19 대응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과 향후 감염병 대응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보다는 대구의료원의 적자 문제에 집중한 청문회가 된 셈이다.

▲13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김승미 대구의료원장 내정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영애 의원(국민의힘, 달서구1)은 “대구의료원의 최근 5년 의료 수익과 지출 현황을 보면 2015년보다 2019년에 갈수록 적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지적하면서 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나 6급 이상 직급 직원 비중이 높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구의료원 인건비 부담은 부산과 비교하면 2016년 기준으로 대구 68%, 부산 61%이고 2018년에도 대구 75%, 부산 64%”라며 “6급 이상 직원이 정원의 47.3%를 차지한다. 부산은 비율로 36%”라고 짚었다.

이시복 의원(국민의힘, 비례)도 “공공의료,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전국 34개 정도 의료원 중에서 16곳에서 흑자를 내고 있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있다. 흑자 운영에 대해 질의를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인건비 비중이 높은 것을 덧붙여 문제 삼았다.

박갑상 의원(무소속, 북구1)은 “적자 운영에 대해 후보자님도 크게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자를 해소하려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고 입원 환자에게 고객 서비스가 충분해야 한다. 민간병원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 의료는 장비 싸움이다. 장비의 고급화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태원 의원(국민의힘, 수성구4)은 “현미경을 들이대고 보듯이 이쪽은 왜 흑자가 나고 우리는 적자가 나는지 연구하셔야 할 것 같다”며 “의료원 진료과 중에 흑자를 내는 과, 적자를 내는 과가 구분이 되느냐. 흑자 내는 과가 많아지도록 노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비슷한 질문을 번갈아 하기도 했는데, 대구의료원 적자가 인건비가 과중하고, 고객 서비스 부족, 진료 장비 부족, 성과가 부족해서 흑자를 내지 못하는 진료과가 많다는 인식을 공통적으로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들의 질의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대구의료원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한계라는 점이 드러났다. 민간병원에 비해 처우가 좋지 못한 의료원, 만성적인 공익진료 손실, 잦은 이직 같은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 내정자.

김승미 의료원장 내정자에 따르면 인건비는 비교 대상이 된 부산의료원에 비해 대구의료원의 평균 인건비가 70~80% 정도 적다. 그럼에도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인건비 지출보다 수익이 적은 탓이 크다. 수익이 크지 않은 것도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크고, 이른바 ‘돈이 되는’ 외과 환자가 적기 때문이다.

김승미 내정자는 “흑자를 내기 어려운 면이 많다. 실제 저희 병원에 오는 환자 구성상 의료급여 환자가 44% 정도 된다. 이분들은 진료수가가 굉장히 낮아서 공익진료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며 “똑같은 환자를 봐도 비급여 수가를 다른 사립병원처럼 청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그럼에도 만성적자를 해소하려면 외과계 활성화와 응급실 활성화가 중요하다. 활성화를 하려면 의료인력 보강이 핵심”이라며 “흑자 사례인 김천의료원의 경우에도 응급실 전담전문의가 5명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의료원은 몇 년째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구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외에도 필수진료과이지만 전문의가 없거나 적은 곳이 상당수 있다. 병원 특성상 중증 외상 환자가 많이 찾지 않으면서 의사들이 큰 이점을 느끼지 못하고, 처우도 민간병원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산의료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직급이 높은 6급 직원이 많은 것도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것과 닿아있다. 김 내정자는 “실제로 정년을 마치고 나간 자리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급수가 높은 분들 비율이 올라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걸 봤으니 더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