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리얼리즘 사진 선구자 임응식 작가 대구 전시, 18일까지

해방 이후 부산부터 한국전쟁 이후 서울
전시는 18일까지, 추석과 이튿날 휴관

19:11

한국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 임응식의 사진전 ‘부산에서 서울로’가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리고 있다. 임응식이 부산에서 활동하던 1946년부터 서울에 정착한 1960년까지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 이번 전시는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임응식 ‘부산에서 서울로’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사진=정용태 기자)

전시장 정면의 작품은 임응식이 태어난 부산을 배경으로 찍은 ‘부산 아침'(1946)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꽃을 이고 걷는 여성들의 뒷모습을 담은 큰 사진을 전시했다. 옆으로 나란히 배치한 작은 사진은 총을 들고 서울로 들어서는 군인들의 행렬을 담은 ‘국군입성’(1950)이다.

1950년까지 작품으로 하얀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든 채 전차 앞을 건너는 노인을 담은 ‘전차와 노파’(부산, 1947), 판자촌 거리를 밝게 웃으며 걷는 여인을 담은 ‘부산’(1950), 왜소한 어린 소녀는 수레에 가득 진열된 미국산 물건들을 지키고 앉았고, 화면은 여백 없이 수레만 담은 ‘노점수레’(1950)도 선보였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작품 ‘구직'(1953)은 루모스가 현수막에 내건 사진이다. 가로, 세로 두 장의 원본 사진과 함께 주제를 돋보이게 크기를 조정한 사진까지 석 장을 선보였다. 남루한 복장의 사내는 벙거지를 쓰고 고개마저 쑥인 채 주머니에 손을 꼽고 담벼락에 기대어 서있다. 그의 가슴에 ‘求職(구직)’을 알리는 팻말이 선명하고, 뒤로는 미도파미장원 간판 아래 양복 입은 사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을 배경으로 찍었다.

▲임응식 ‘부산에서 서울로’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사진=정용태 기자)

석재현 루모스 대표는 “임응식은 1950년대부터 ‘리얼리즘’ 사진이념을 주장했다. 예술적 살롱 사진을 배격하고 현실의 모습을 직면해 담아내는 리얼리즈믜 추구를 선언했다”며 “그의 ‘구직’을 비롯한 전후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리얼리즘 사진의 대표적인 예”라고 소개했다.

1912년 부산에서 태어난 임응식은 1931년 체신공무원을 교육하는 부산체신리원양성소를 수료하고 사진 동호회에 들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해방 이전까지 당시의 흐름을 따라 시대상이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나, 풍경 사진을 찍었다. 한국전쟁 종군기자를 거치면서 사회상을 담은 사진으로 돌아섰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창립, 서울대 미대 사진 강의, 중앙대 사진과 교수 등 우리나라 사진가 가운데 ‘최초’가 붙는 경력을 지녔다. 국립현대미술관 대규모 개인전(1982)도 최초의 사례다.

해방 이후 부산의 모습과 사람들, 한국 전쟁기에서 4.19까지 서울 풍경과 시대상을 담은 임응식의 이번 루모스 전시는 SPACE22와 임응식사진아카이브가 공동 기획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열리고,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추석과 추석 다음날에도 쉰다.

문의) 053-766-3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