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대구시민센터의 박서영 인턴활동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양진오 대표님과 ‘북성로 대학’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제 이름은 양진오입니다. 북성로 수제화 골목에서 인문지식커뮤니티 ‘북성로 대학’을 2018년 9월 1일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직은 대구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입니다. 스토리텔링 창작 전공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이 시민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원도심 인물, 골목, 길, 건물에 ‘이야기’라는 영혼을 입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민 학생들과 함께 이런 일을 하고 싶어서 대구 원도심으로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여기 수제화 골목에서 대구문학관 방향으로 나가면, ‘향촌동’인 골목이 있습니다. 향촌동 골목은 1950년 6·25전쟁 시절 경향 각지 문인들의 피난지였습니다. 피난 문인의 애환이 흐르는 장소입니다. 그 장소엔 빛나는 휴머니즘 스토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스토리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 지원으로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개월에 걸쳐, 학생들과 함께 향촌동의 이야기를 지도로 담는 ‘향촌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했습니다.
도시재생의 본질은 하드웨어가 아닙니다. 스토리라는 소프트웨어가 도시재생의 본질입니다. 원도심 인물과 장소를 스토리로 재구성하는 작업이야말로 이 시대의 과제입니다. 그런 과제를 실천하겠다는 마음으로 ‘북성로 대학’ 인문지식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2~4월이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북성로 대학’과 대표님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올해 제가 학교로부터 ‘연구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에서 커뮤니티 활동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해오던 ‘독서모임’, ‘연구모임’, 혹은 ‘사회적 기업과의 협업’을 공식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진행하려던 프로그램들이 계속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대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이 심해지면서 개인적으로도 두려웠습니다. 제가 재난영화의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마을공동체’에 대해 더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마을공동체가 재난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며 활로를 찾아가는지를 배우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배웠습니다. 골목 주민들과 함께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 봉사, 여러 가지 응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역, 마을, 그리고 주민의 역할에 대해 더 배웠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6월에는 ‘북성로 대학’이란 이름으로 단체등록증 교부 받았고 여전히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외부에서 오는 도움의 손길도 있었습니다. 후원물품이나 후원금 등 나눔의 손길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타 지역에서 ‘북성로 대학’에 특정하여 나눔의 손길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신안군에서 진행하는 튤립 축제가 취소되어,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꽃들이 대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를 통해 대구에 응원의 메시지로 나누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저도 수제화 골목의 주민들과 함께 전달받았는데요, 그 꽃을 받을 때 제 마음에서도 꽃이 핀 것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 후에는 신안군 튤립 축제를 가볼 생각입니다.
또, 제가 실질적으로 도움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대구에서 코로나19 감염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광주시에서 ‘병상연대’란 이름으로 환자분들을 치료해준 일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지역감정과 같은 갈등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Q.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소희네마마 식당, 카페GO 대표자님, 그리고 좋은 이웃들과 함께 동산병원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 배달’과 같은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웃들과 함께 도시락을 만들다 보니 서로 더 친해지게 되었고 세상은 아직은 살 만하구나 싶었습니다. 함께 하는 작업을 통해 이곳의 주민들과 서로에 대한 신뢰도 쌓고, 이런 경험이 지역사회 봉사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좋은 배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대구-대만 서로 응원 프로젝트>라는 것을 진행했습니다. 카페GO에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대만 학생이 있는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끝에, 대구-대만을 서로 응원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이 더 의미 있었습니다. 재난이 무서운 것은 사람을 고립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혼자 고립되지 않고, 함께하면 더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Q. 이런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난상황을 대비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인간이 도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많이 파괴하면서 팬데믹이란 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경제 구조가 한꺼번에 사라질 것 같진 않습니다. 대구시가 코로나19만이 아니라 미래의 감염병에 대해서도 대비하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재난 행정 부서를 따로 신설하는 조직 개편이 필요합니다.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상시적 지원을 준비해야 합니다.
골목 소상공인 분들이 참 어렵습니다. 마음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을 함께 모이고, 서로 지지하면서 한 마을이 건강하게 서로 협력함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재난이란 상황이 발생해도 같이하면 견딜 수 있구나’란 희망을 품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 이런 재난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지금과 같은 재난은 시 자체만의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행정의 조직 개편과 함께, 재난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governance)에 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펜데믹형 재난을 대응하려면, 시민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시민의 참여가 전제가 되어야 재난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이런 것을 반영한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과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긴급 구호, 장애시민에 대한 구호 인력 배정, 지역화폐 도입과 순환의 방법 등을 시행하려면 행정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민간의 지원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질병에 대한 재난 상황은 장기적인 재난이 될 것을 예상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들보다 지금 세대에서 청소년기의 세대에게 참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기성세대에서 진행된 도시 확장과 같은 경제 개발에 따른 결과로 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오래가면 도시와 지역이 침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자면 지역대학들이 지금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이럴 수 있습니다. 도시와 지역은 물론 제가 예를 든 지역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에 대한 성찰과 역할의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