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사단법인 대안가정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사단법인 대안가정은 현재 아동그룹홈 2개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남아 그룹홈인 해맑은아이들의집과 여아 그룹홈인 해맑은친구들의집입니다. 아동그룹홈은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한 그룹홈당 5~7명의 아동이 일반 주택이나 빌라 등에서 생활하며, 각 집마다 3명의 사회복지사가 교대근무하며 아이들을 보살핍니다. 아동그룹홈은 기존의 대형 양육시설 중심의 보호형태의 대안적 보호형태라고 할 수 있어요. 사단법인 대안가정은 아동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을 위해 법인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2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사단법인 대안가정은 어떠했나요?
사단법인 대안가정은 오픈된 홈페이지가 있어서인지 지원의 손길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당장 외부와 접촉을 끊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곧 개학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면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할 여러 가지 행정적인 일들이 있었는데, 모든 걸 뒤로 하고 하루 삼시세끼 먹이고 돌보는 데 온 에너지를 쓰다 보니 선생님들 모두 녹초가 된 거죠.
1월부터 5월 말까지 아이들이 모두 집에만 있어야 하니 갑갑함을 견디지 못하는 고등학생 중 일부는 외출해서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잦아져서 생활지도가 특히 힘에 부쳤지요. 먹거리와 생필품도 모두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되었고, 당장 시급한 물품인 경우만 잠깐 외출하여 구매하며 살얼음판을 걷듯 긴장상태로 지냈던 것 같아요.
Q. 타지역에서 나눔의 손길도 많이 있었습니다. 후원물품이나 후원금 등 나눔의 손길이 어느 정도 있었나요? 그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사단법인 세상과함께(서울), 디모스(대전) 등 타지역 비영리단체에서도 저희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이 두 단체는 모두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대구)의 주선으로 연결된 것으로 압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주로 마스크나 소독 용품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았습니다. 곧이어 긴급구호 식품들과 생필품들이 지원되었고, 중기로 접어들면서는 대상자에게 필요한 맞춤식 지원들이 이루어졌어요. 제대로 장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 식사를 제공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는데, 밑반찬과 다양한 먹거리들을 지원해주어서 정말 감사했지요.
Q.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모든 지원이 다 감사한 일이었죠.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여주의 길경숙님(바른농장 여내울)으로부터 지원받은 반찬들입니다. 육개장, 멸치볶음, 장조림, 당근정과, 배추겉절이, 열무김치, 백김치, 사과쥬스, 두유 등을 대구의 5개 아동그룹홈에 지원해주셨는데 이 음식들이 오기까지의 여정에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었답니다.
여주에서 길경숙님이 엄청난 양의 반찬을 만드셨는데 대구까지 직접 가져오실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문경휴게소까지 반찬을 싣고 오셔서 이서영님(영천)에게 인계하고, 이서영님 부부가 대구의 대안가정까지 배달해주셨습니다. 이렇게 배달된 먹거리들을 대구의 5개 아동그룹홈에 나누게 된 거지요. 그리고 반찬서비스가 절실하다는 저희의 바람을 듣고 반찬을 만들어 제공할 분을 찾아 저희와 연결해주신 분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단법인 ‘세상과함께’ 김희진 사무국장님이었습니다. 반찬을 받아든 대구의 아동그룹홈 선생님들이 그 맛깔스런 음식들에 얼마나 감탄하고 감사해했는지 몰라요.
또 대구환경운동연합 선생님들이 친환경 재료로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계란장조림과 노무현재단에서 보내주신 갓김치도 대구의 아동그룹홈들에 함께 나누었답니다. 직접 요리한 소불고기를 갖다주시고 얼굴도 제대로 안 보여주시고 사라지신 분도 계셨고, 갖가지 과일을 수시로 가져다 주셔서 나중에는 평소보다 더 풍성하게 아이들을 먹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렁이밥상에서 지금도 지속적으로 반찬을 지원해 주고 계시는데, 반찬 판매를 마치고 나면 저희 쪽에 연락을 주셔서 반찬나눔을 하시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취약계층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난상황을 대비하여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저는 오히려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는 다양한 지원을 받는데 반해 일반가정이면서 저소득층이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긴급성이 느껴지는 곳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균등하게 배분이 어렵지 않았나 싶어요. 주로 민간에서 지원과 배분을 자발적으로 먼저 시작했는데, 지원이 절실한 곳을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한편으론 몇 차례의 지원처 연계와 중간배분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긴급지원과 배분에 나선 민간단체 실무자들의 한계를 넘어선 활동이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이 상하게 되니까요.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배운 것들이 있어야겠지요. 매뉴얼 작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기존에 해오듯이 구색을 갖추는 형국이 아니라 보다 실제적인 지원과 개입이 가능한 구체적이고 세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역할분담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관이 잘하는 것과 민이 잘하는 것이 있겠죠. 관은 자료를 제공해주고,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민과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화 할 수 있게 좀 더 촘촘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