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문화전당(관장 백귀희)이 재개관 기념전 ‘여경’의 개막을 코로나19 진정 이후로 연기했다. ‘여경: 후대로 이어질 예술 정신’전은 최병소, 이배, 김결수, 박종규 등 대구 출신 화가 네 명의 초대전으로 다음달 12일까지 열릴 계획이었다.
백귀희 관장은 “23일부터 전국의 국공립문화시설들이 휴관하면서 대덕문화전당도 휴관을 결정했다. ‘여경’전 또한 개막 전날에 내려진 휴관 결정에 따라 개막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미 작품 설치를 마치고 24일 개막이 예정됐던 ‘여경’전의 전시 구성은 제1전시실에 최병소, 이배, 박종규 화가의 평면 작품을 걸고, 제2전시실에 김결수 작가의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최병소 화가는 빈 캔버스를 채우는 작업 대신 정보로 가득찬 신문지를 지우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선뵀다. 전시장 입구 쪽 벽면에 신문지를 연필이나 볼펜으로 까맣게 덧칠한 작품 6점을 걸었다.
이배 화가는 숯을 소재로 한 작품과 먹으로 그린 듯한 단색화를 선뵀다. 흰색 캔버스를 두껍게 덮은 숯도, 붓이 그린 먹색도 다 검기만 하여 그림이 도드라져 보인다.
박종규 화가는 컴퓨터 작업한 것을 프린트하여 캔버스에 붙이고 물감을 칠하는 등 페인팅에 앞서 컴퓨터로 작업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연상시키는 점과 선의 이미지를 코드화한 ‘노이즈’를 형상화한 연작 ‘크루젠(~Kreuzen)’을 출품했다.
김결수 작가는 기획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설치작가다. 제2전시실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은 ‘노동의 효과’ 연작으로 ‘볏짚. 볍씨’가 눈에 띈다. 평균 27도로 설정된 전시실, 작가는 하루 두 번 볏짚에 물을 뿌린다. 그의 살아있는 작품은 자연의 조건에 더해 작가의 노동으로 매순간 자라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진명은 최병소 작가에 대해 “그리기와 지우기라는 역설적 행위를 통해서 정보(신문지, abundant)를 지우면서 동시에 새로운 정보(탄화된 종이, informative)를 탄생시킨다”라고 평했다.
이배 작가는 “숯을 다루면서 소재주의를 초월한 불의 미학과 불의 정신분석을 화면에 구축했다”며 “숯이라는 태곳적 물질과 아크릴 미디엄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물질을 대비시키고 진동시키면서 시각적 긴장과 물질적 대결을 극화시켰다”라고 말했다.
김결수 작가는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히 살아있는 실존적 삶을 예술계로 승격시킨다. 도마와 고기잡이 배를 연결하여 설치한 2018년 연작은 물고기를 썰어 파는 여염집 아낙과 그 물고기를 잡아오는 지아비의 삶을 총체적으로 드러내준 걸작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종규 작가는 “노이즈 소리도 노이즈 화면도 한없이 크게 확대하면 질서정연한 것이다. 박종규의 회화 형식은 회화 발전사의 시각에서 보면 뉴페인팅의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1998년 대구 최초의 구립문화예술회관으로 개관한 대덕문화전당이 개관 23년 만에 전시장을 새단장했다. 공사비 1억 3천만 원을 들여 1전시실(173m2), 2전시실(87m2)의 층고를 높이고 흰색의 사각 공간으로 꾸몄다. 이번 전시장 리모델링 사업은 지난 4월 서양화가인 정연주 대구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전시문의는 053-664-3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