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단체 소개 부탁드려요.
사단법인 장애인지역공동체(이하 장지공)는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운영하는 인권단체이고 부설기관으로 장애인의 지역 사회 자립을 위해 탈시설 등 여러 활동을 지원하는 다릿돌자립생활센터가 있어요. 그동안 대구시립희망원과 같은 집단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비리 사건에 대해 지역 장애인들과 열심히 싸워왔어요. 그 결과 지역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오셨고, 그중에서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낮생활을 하는 여기서함께센터가 부설기관으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검정고시와 학력인증, 평생교육을 위한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 37명이 상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고, 상근 인원은 32명입니다.
Q. 코로나19 이후에 직격탄이 갔을 텐데, 상황이 어땠나요?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나올 당시에도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탈시설한 장애인 중에 자립 주택에 계시는 분들은 감염에 취약한 분들이 많은 상황이라 당사자 활동가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금호 소장이 구호 요청과 방역, 소독강화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노금호 소장은 구호 요청도 지역사회에 알려야 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장애인 당사자로, 생존과 직결하기 때문이었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칭하지만 그런 거리 두기가 불가능하고 생존을 위해 활동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어서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죠. 그 민감성을 당사자들은 가지고 있었던 거죠.
웹자보가 나가고 나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대규모로 확산되면서 지역 시민단체에서 많이 알려주시고, 여러 SNS를 통해 기자들에게 연락되고 기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위생용품이나 식품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Q. 물품 지원이 많았을 텐데 어떻게 비대면 상황에서 대응했나요?
장지공이 기획한 교육 사업을 하거나 대외 활동, 사무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다 중단됐어요. 자립 주택에 활동가들이 다 나가서 지원하는 상황이어서, 구조를 재편했어요. 구호 물품을 배달해서 빨리 지원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장애인단체끼리 연대해서 있던 물품을 장지공으로 모았어요. 그 뒤에, 2층을 비우고 상황실로 했고, 분류, 포장, 배송, 하는 팀을 나누었어요.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 1,400명, 활동 지원사가 700명 되더라고요. 1차 지원으로 마스크, 소독제 배분 2~3월 중순까지 진행했고, 나머지는 자가 격리 대상자와 확진자에 나오는 문제에 대응하는 거였죠. 장애인 자가 격리 가구는 집계되지 않았고, 고지받아도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처음에는 집계하는 게 힘들었어요. 전화로 확인하고 문자 보내서 자가격리를 파악하고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죠. 그 이후에 어떻게 지원할지 대책 세우고 그랬어요.
Q. 코로나19 시기에 장애인들도 버텨 내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 대체로 양상은 어떠했나요?
실제로 발달장애인은 활동보조서비스 양이 적기 때문에 정보 제공이 원활하지 않아 외출이나 생활 서비스에 필요한 부분을 놓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고, 가장 심각했어요. 신장 장애 사망자 11명인데, (공식적으로 집계된 건 아니지만) 혈액투석, 감염 등의 문제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족이 있는 장애인은 돌봄 부담을 가족이 맡으면서 스트레스, 갈등이 심각했어요. 혼자 사는 발달장애인은 지원서비스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상황이 다각도로 발생했죠. 당사자들이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이 굉장히 심했어요. 물리적인 지원으로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정서적 지원은 잘 안 되었고, 이런 부분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 활동가들의 우울감도 컸던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우울감, 자괴감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는 활동가들도 있습니다.
Q. 요즘은 이전보다 확진자가 줄어들어서 심리적으로 편안하지만, 이용시설은 어떻게 되나요?
다 개방하지 않았고, 5월부터 순차적으로 부분 개관되고 있고, 방역시스템을 갖추는 중이에요. 방호 마스크, 칸막이 설치, 대면 거리 유지 매뉴얼을 만들고 매뉴얼대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어요. 적응에 애로 사항이 있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외부활동을 더 좋아하시긴 해요.
Q. 비장애인이지만, 국장님의 SNS를 보면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무한한 공감과 애정이 느껴져요.
관계 때문인 거 같아요. 얼마 전 장지공 상근자 인터뷰로 영감을 받았는데, 사회적 관계라는 게 저는 주변에 가족과 이 바닥밖에 없더라고요. 시민사회운동을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다 당사자이고 장애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동지애 같은 것들로 버티는 게 큰 거 같아요. 회의감도 들고 진절머리도 나지만,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동안 학습하는 것도 있고, 대학생 때부터 활동을 해왔으니깐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네요.
Q. 코로나 확산국면의 전과 후는 달라질 것 같은데 개인적인 활동 이외에 장지공의 변화에 대한 고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모든 프로그램을 바꾸고 있고, 매뉴얼에 따라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다중교육이 불가능 상황이 되었고, 야학은 방문 수업이나 소그룹으로 하고, 당사자와 함께할 수 있는 걸 개발하고 있는데 그게 앞으로 상당히 변할 것 같아요. 대규모로 많이 모여서 진행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형태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Q. 비대면 활동을 하려면 도구가 필요하고 온라인, 조건이 필요한데, 해보시면서 혹시 ‘비대면으로 활동할 때 필요하겠다’라고 감지되는 것이 있나요?
저희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온라인 접속을 혼자 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대면은 하지 않아요. 대신, 생활 방역과 소규모 활동을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에요. 품은 많이 들지만, 확진자가 발생하고 지원했던 경험이 있어서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얼마 전 주말에 최중증 발달장애인분이신데 38도 이상 고열이라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비상이었죠. 지금은 코로나19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지원팀, 물품배분팀, 인력지원팀으로 나눠서 하반기까지 계획을 세우고 있고, 2차 유행이 온다는 가정하에 이전의 시행착오를 다시 짚어보고 있어요.
Q. 장지공은 물품후원도 많았고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있을까요?
단기간에 후원을 그렇게 많이 받아 본 적이 처음이라 정말 놀랐어요. 대단한 분들이 많구나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감동적이었던건, 가족 분들이 조금씩 모아서 보내주는 것과 어린이들의 손편지였죠. 또 모은 마스크를 나눠주는 시민들의 도움에 감동하며 이겨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대기업의 계시는 분들이 일하는 방식을 우리가 차용할 것도 많겠다고 느꼈어요. 이베이코리아에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어 연결되었는데 개인이 가진 인적 연결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나, 필요한 것만 표적해서 보내는 것, 방호복, 체온계 등을 파악해서 조달해서 보내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기부금 영수증에 필요한 정보까지 확인해서 보내주고, 실무처리하는 것을 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코로나19 상황을 겪을 때 민간에서는 장지공이 대응했는데 ‘구체적 당사자와 연계되지 않은 단체는 무엇을 해야 하지?’ 라는 고민이 들어요. 장애인을 포함한, 재난에 대비한 시민사회의 연결고리, 어떤 형태로 그려지면 좋을까요?
최근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토론회도 하면서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의제를 공유하고 확산하고 있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시민단체가 비판하고 문제 제기하는데 역량이 쏠려있었는데 코로나 국면을 통해 대안까지 내놓을 수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같은 경우에 현장에 밀접해 있으니 매뉴얼도 나오지만, 더 많이 숙고해서 논의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Q. 더 이야기하고 싶거나, 바라는 게 있으신지?
지진, 재난 재해, 시설 비리 등 이슈가 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가진 역량을 다 끌어모아서 했어요. 청와대에도 갔다 왔는데 어이가 없었던 건, 저희에게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때였어요. 아직은 공회전하고 있고, 2차 유행을 앞두고 있다고 가정하고 있는데 장애 지원 체계가 꾸려지지 않으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위기의식이 있어요.
두 번째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연대하는 시민이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최근에 후원금이 많이 들어와서 후원자분들은 빨리 쓰길 원하시는데 2차 유행을 저희는 걱정하고 있으니깐 후원금을 어떻게 할까 고민이 들어요. 후원자들에게 후원금 사용을 잘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