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좀 부탁드릴게요”
지난 11일 경북 경산 중방동 경산시장 입구 쪽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행인들에게 서명을 부탁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감염으로 오인 받아 마땅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숨진 고故 정유엽(당시 17세) 씨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정 씨의 어머니 이지연(51) 씨와 두 형도 함께했다.
경산지역 시민단체와 정당으로 꾸려진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매주 화, 목 경산 곳곳에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서명운동은 주의를 환기하고 시민들에게 사안을 더 알려 추후 진행할 국민 청원 등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 성격이다. 대책위는 결성 후 경산시와 진상조사를 시작했고,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 이 씨는 이날 서명운동을 위해 세 번째 경산시장을 찾았다. 이 씨는 시장을 찾으면 시장 상가를 가가호호 방문하며 서명을 부탁한다. 이날도 시장 입구에서 경산오거리 방향으로 늘어선 상가를 하나씩 들어가며 서명을 부탁했다.
“지난번엔 저쪽(경산오거리 반대 방향)으로 돌고, 시장 안으로도 돌았어요.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분들한테도 서명을 부탁드리는데, 오늘처럼 행인이 별로 없으면 매장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면 충분히 서명을 해주세요. 사장님들이 다행히 응원도 해주시고, 같이 울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 씨는 “다니면서 이야길 들으면, 사람들 마음이 다 같은 마음 같아요. 본인들도 아프거나 갑자기 응급상황이 생길 때 불안하다는 거예요. 혹시 애들이 열이 나거나 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본인들도 되물어보면 모르겠다는 거예요”라며 “찬 바람 불면 다시 코로나19가 심해질 수 있다는데 많이 두렵다고들 하세요. 진료 거부를 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하거든요”라고 주변 반응을 전했다.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가량 이어지는 서명운동에서 이 씨는 쉼 없이 움직인다. “자기 일도 아닌데 열심히 해주는 대책위 활동가”에게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더 그를 쉬지 않게 한다. 정 씨의 두 형도 틈틈이 참여한다. “우리 일인데 가만히 있을 순 없는 거잖아요”라고 이 씨는 말했다.
서명운동은 8월 말 경으로 예정하고 있는 국무총리실 면담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대책위는 9월에는 경산시와 함께한 진상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자체 토론회도 진행한다. 이를 토대로 의료 공백으로 생긴 피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정 씨는 지난 3월 12일 고열 증세로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지만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해열제 같은 기본적인 처방만 받고 병원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돌아섰다.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을 찾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했고, 당일 저녁 증세가 더 악화됐다. 병원 측은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며 영남대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고, 13일 밤부터 영남대병원에 입원했다. 영남대병원은 13차례 진단검사 끝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했다. 그 사이 병세가 악화돼 18일 숨졌다. 사망 후 방역당국은 재검사를 거쳐 새로 음성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