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시지마을공유공간 톡톡’과 신미정 대표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시지마을공동체에서 주민과 함께 청소년 사업과 마을 활동 등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시지마을공유공간 톡톡(이하 시지 톡톡)을 만들었습니다. 시지마을공동체는 시지에서 공동육아를 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정을 나누는 사랑방, 그 안에서 삶이 자라는 배움터, 뜻을 모으는 광장을 상상하며 만든 마을공동체입니다. 그리고 시지 톡톡은 청소년과 마을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각자의 능력을 나누고 성장을 지향하며 모두에게 열린 공간입니다. 톡톡 안에는 청소년공유공간 ‘꿈지락’과 사춘기공감연구소 ‘하여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공유공간 ‘꿈지락과 ‘시지마을공동체’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고 올해 시지마을공동체 공동대표를 맡은 신미정입니다.
‘톡톡’에서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소통하고 만납니다. 아이들의 취미 강좌 교실이 열리기도 하고, 사춘기 고민 상담을 해주기도 합니다. 또 주민들은 하고 싶은 공부나 문화생활 모임을 마음껏 즐깁니다. 모임 개설의 특징은, 누구나 언제든 무엇을 배워보고 싶을 때 도움 주실 분을 함께 알아보고 수강료 등 책정을 같이해서 즉시 만들어 강좌를 연다는 점입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90회 정도의 취미, 문화 강좌를 진행했었는데, 동네 주민분들이 강사로 참여하거나 동네 주민들에 의해 검증된 강사님들을 모셔 와서 진행하고 있어 그야말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수업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파파스 톡&쿡’이라고, 동네 아빠한테 배우는 아빠 요리 교실을 4회 열었습니다. 김밥을 잘 싸는 아빠, 중국 요리에 자신 있는 아빠, 술안주에 자신 있는 아빠들에게 배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배운 요리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참여하는 한계가 있어 그걸 극복하는 게 숙제입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공간도 좋아지고 사람들의 왕래도 잦은 곳으로 와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중입니다.
Q. 코로나19 기간 동안 톡톡에서 한 나눔 활동은 어떤게 있나요?
이번 코로나19 기간 동안 두 번의 꽃 나눔을 진행하면서 시지 톡톡이 조금 더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김제동 씨가 나눠준 꽃과 전남 신안군에서 보내준 꽃 나눔 사업이었는데, 코로나19로 심리적으로 지친 대구시민을 위로하기 위해 보내주신 아름다운 꽃이었죠.
이곳 ‘시지 톡톡’ 앞,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장소인 ‘매호천’과 ‘신매광장’에서 나눔을 진행했었습니다. 그동안은 ‘톡톡’의 활동을 설명해도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거나, ‘저기는 애들 가는 곳이다’ 하던 분들이 이번에 꽃 나눔 활동하는 걸 보면서 좀 친근하게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톡톡’이 알려지기도 하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곳이 우리 동네에도 있다는 걸 주민들이 점차 알아주셔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꽃 나눔을 통해 주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하셨지만 코로나19 기간에 시지 톡톡 운영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사실 월세 부담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월세를 부담하는 게 큰일이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후원에도 여파가 미처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후원회원 모집을 하기 위해 운영위원들이 많이 애썼습니다.
Q. 꽃 나눔 행사 이외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동네에서 우리가 뭐 도울 것이 없을까 고민하던 엄마들이 카톡방으로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다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낸 긴급성명을 보고 ‘대구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모금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습니다. 카톡방과 밴드를 통해 상황을 알리고 모금 활동을 펼쳤습니다. 2월 29일과 3월 1일, 단 이틀 만에 총 129명이 후원금 396만 5,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그냥 개인이 1만 원 정도 후원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우리 가족이 행복하려면 이 사회가 행복해야 한다면서 본인 2만 원, 남편 2만 원, 큰애 1만 원, 작은애 1만 원 다 해서 6만 원, 이런 식으로 가족단위로 많이들 기부해주셨어요. 그리고 중학생들은 자기 용돈을 아껴 5,000원 또는 7,000원 이렇게 기부하기도 하고, 또 다른 지역에 있는 회원들의 친구들이 기부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정말 다양한 분들이 다양한 모습, 다양한 금액으로 각자 형편에 맞게 참여해주셨습니다. 현재 시지마을공동체는 100가구 정도 되지만 그동안 거쳐 간 가족들이 많아서 인적 네트워크의 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후원금을 모으는 한편, 어디에 기부하면 좋을지 정보를 가져오는 분들도 계셔서, ‘쪽방상담소’, ‘장애인지역공동체’, ‘청소년쉼터협의회’ 세 곳을 후원하였습니다.
현금 모금 말고, 이주노동자 마스크 모금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곳 시지 톡톡에 ‘마스크 기부함’을 만들었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산 마스크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이때는 아직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라 자기에게 할당된 마스크를 선뜻 기부해주신다는 게 쉽지 않으셨을 텐데, 일주일 만에 마스크 150개가 모였습니다. 이렇게 모인 마스크는 3월 28일에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 보내드렸습니다.
모두 마스크가 부족했지만 특히, 이주노동자의 경우 마스크 구입 자체가 어려워 더 고마워하셨어요. 이번 모금과 기부활동을 진행하면서 마스크를 약국에서 사오는 길에 아이와 함께 톡톡에 들러 모금함에 넣고 가는 분도 있는 등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마음이 따뜻하고 흐뭇했습니다.
Q.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적 약자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부, 지자체가 재난상황에 대비해 취약계층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이번에 국가와 지방정부의 긴급지원을 받아보면서, 이것이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알고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선정과 지원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건강보험료 등 여러 지원 기준들을 적용하다 보니 피해는 입었으나 지원받지 못하는 빈틈이 많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들어서 지자체에서는 신속 지원을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기준을 미리 만들어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이런 재난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부와 달리 시민사회의 장점은 빠른 속도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에 처하고 정부 지원이 도달하기까지 그 사이를 메우고 견디는 역할과 정부 시책이 미치지 않는 곳이나 왜곡된 현장 상황과 목소리를 전해서 정부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굳건히 서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평소 마을활동 지원을 강화해서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렇게 서로 간 상생을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