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누리과정(3~5세) 예산을 올해부터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면서 보육대란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대구교육청은 폐교를 매각하는 등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보육대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 떠넘기기를 받아들여 지역 예산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교육청은 2016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8개월분 예산 1,308억 원을 편성했다. 울산 917억(유치원 12개월 569억, 어린이집 9개월 348억), 경북 1,515억(유치원 12개월 1,167억, 어린이집 6개월 986억) 원과 함께 최고수준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시도교육감들을 겁박해 누리과정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현재까지?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곳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6일 대구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2017년 교부금이 증가할 것이라 추가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2016년 누리과정 예산 편성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관내 폐교를 매각 중이다.
매각 대상 학교는 현재 휴교 상태인 삼영초 (북구, 300억), 폐교된 현풍초 현남분교(달성군, 22억)와 대평초(달성군, 19억)다. 달성군 논공학생야영장(25억), 고산초 관사(14억), 현풍초 관사(3억)도 포함됐다.
우동기 교육감은 “삼영초는 누리과정과 관계없이 매각하는 학교인데 (재정 마련을 위해) 대구시에 (매각 요청을) 당겨서 했다. 나머지 학교는 지자체에서도 (매각) 요청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도 정부에서 내려오는 교부금액은 2014년도 세수가 반영된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도에 세금이 많이 걷혔다”라며 “올해 11월이 되면 2017년도 교부금액 내사를 하는데 그동안 국가 정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2017년 재산 매각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구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 때문에 예산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호만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예산을 대구교육청이 나서서 부담하고 있다. 이는 전국협의회 협의사항과도 다르다”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으로 다른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서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를 실현을 위해 “3~5세 누리과정 지원비용 증액 및 중·저소득계층 방과후 비용 소득기반 차등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선 이후 2013년 3월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을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예산의 범위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하도록 개정했다. 시행령을 통해 각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