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 대구시민사회를 응원합니다’는 대구시민센터와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그리고 대구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공공영역에서 놓쳤거나 더 소외된 이웃을 도운 대구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를 만나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각 센터 대표자나 담당자들이 진행했고, 김민규 공익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인터뷰를 정리했다.
Q. 대구위기청소년교육센터(이하 교육센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성 착취 피해를 입은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사업으로 전국에 10개 센터가 있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중앙센터가 있습니다. 성 착취 피해가 있거나 위기상황의 청소년을 만나서 성장캠프를 진행하고, 캠프 전에 사전 상담, 캠프 이후에 여러 지원을 합니다. 캠프에서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섹슈얼리티 강의, 성매매 바로 알기 등 교육과 타로, 비즈 공예, 사이코드라마 등을 진행하지요. 대구여성회는 이 사업을 2009년부터 진행해왔습니다.
Q. 국가 재난상황(코로나19)으로 인해 2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힘든 시기였습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 대구위기청소년교육센터의 상황은 어떠했나요?
교육센터는 청소년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3박 4일 캠프를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청소년과 만나는 일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화’라고 해서 지원하는 청소년을 짧게 1박 2일 동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마저 진행하지 못했지요. 2~3월에는 청소년 쉼터와 청소년이 많이 모이는 곳을 방문하는 일을 하지 못하니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19 고조기가 지난 후에는 감염병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1:1 면담과 의료지원 등 할 수 있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타지역에서 나눔의 손길도 많이 있었습니다. 후원물품이나 후원금 등 나눔의 손길이 어느 정도 있었나요? 그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대구시민센터가 플랫폼 역할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대구시민센터 홈페이지에 지원하는 방법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잘 안내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2월 말, 3월에는 청소년이 마스크도 구할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는데, 대구시민센터에서 마스크, 손 소독제, 간식을 지원받았습니다. 청소년에게 우편으로 보내주었는데 참 좋아했습니다. 특히나 간식을. 그 후에 대구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도 연결되어 도움을 받았고, 전국의 다른 위기청소년교육센터와 연결되어 물품 후원과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Q.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끼거나 애틋한 사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청소년들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코로나19로 고립되어 심해진 우울감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힘들 상황에 있더라구요. 그런 와중에 마스크 등 지원물품과 편지를 받아서 정말 좋아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물품을 받고 사진도 찍어 보내주고 즐거워했습니다. 물품 지원이 뜻밖이면서도 반가웠다고 합니다. 저희도 청소년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물품을 보내며 다시 소통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 사업 예산으로는 할 수 없는 지원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성 착취 피해와 위기 청소년을 지원하는 일은 피해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마음에 대해 살피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인데 대구시민센터의 후원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지요.
Q. 이런 재난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사회적 약자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난상황을 대비하여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있으나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 위기청소년들에게는 즉각적인 현금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를 살아낼 생활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이 잠시라도 거주할 수 있는 안전한 주거 지원이 필요합니다. 집을 나온 친구들은 다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갈 곳이 없습니다. 기존의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원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성착취 피해 청소년에게는 벽이 높으며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신규입소를 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복지와 인권지원 시스템은 멈춰버렸습니다. 오히려 더 필요한 상황인데 말입니다. 위기청소년과 폭력피해여성에게는 재난 상황에서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쉼터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완화하고 유연화해야 합니다. 쉼터 입소를 위해서는 부모님과 직접 전화통화해야 하는데 가출청소년에게 이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재난상황에서는 청소년 지원기관의 보증으로 입소가 가능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Q. 앞으로 이런 재난이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는 대구시민사회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여성가족부나 시에서 따로 지원받은 게 없고 위기청소년을 직접 만나지 못 하는 상황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습니다. 청소년에게 식사 지원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저희 사업비 안에서 현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이럴 때 사업비가 항목별로 유연하게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사회가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또한 대구시민사회가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자원을 발굴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서 실질적인 필요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시민사회의 고민과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이미 전국 시민사회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연대체를 출범했고, 대구도 코로나19대응대구행동이 각 분야별 의제를 모아 대구시에 제안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급한 과제는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인해 가시화된 여러 가지 사회적 과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시민사회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