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생에게 노동은 제조업이었고, 노동문학의 바탕도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플랫폼, 1인 기업, 알바노동을 하는 지금 청년에게 노동문학은 무엇일까 고민을 시작했다. 청년 노동자들이 글을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 전국노동자글쓰기모임 ‘해방글터’의 조선남(필명) 시인은 4번째 동인시집 <우리의 시가 무기가 될 수 있을까>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용직 건설노동자에서 건설, 목공 기술을 전수하고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사회적기업가로 자리를 옮긴 조선남 시인을 다울건설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은퇴 노동자, 실직자, 노숙인, 쪽방거주민을 대상으로 목공 기술을 가르치고, 판로를 확보해 일자리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부품공장 비정규직, 노점상, 일용직 건설노동자, 대공장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모여 2001년 해방글터를 발족하고, 첫 시집 <땅끝에서 부르는 해방노래>를 발간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현장을 찾아 시를 쓰고, 낭송을 했다. 시간이 흘러 해방글터 동인 중 일부는 노동조합이 아닌 다른 현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곳에서도 사회로부터 배제된 이들이 있었다. 쪽방 거주민, 노숙인, 장애인, 송전탑 반대 주민 등.
그렇게 4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3번째 동인시집 이후 15년 만이다. 참여한 동인들도 다양해졌다. 오랫동안 함께한 김영철, 배순덕, 조선남, 박상화, 조성웅, 신경현에 교육노동자 이규동, 박영수, 6년째 아사히글라스 부당해고 투쟁을 하고 있는 차헌호, 농사를 짓는 전상순 동인도 글을 담았다. 여기에 세상을 떠난 김이수 동인의 작품을 함께 엮었다.
조선남 시인은 “어느 자리에 가나 민중들의 이야기가 있다. 자기 삶의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노동문학”이라며 “여전히 제조업 노동 현장에서 투쟁을 벌이는 동인도 있다. 자신의 글도 쓰지만, 다음 세대인 청년 노동자들에게 노동문학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지 화두를 던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 시인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글쓰기를 하는 게 노동문학이다. 60년대생들은 3공단, 금속노동자가 노동문학 현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전통적인 제조업이 아닌 현장에 있는 청년 세대에게 노동문학의 역할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4번째 동인시집을 발간한 해방글터는 오는 25일(토) 오후 4시 대구 농부장터(북구 학정로137)에서 시노래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선남 시인은 청년노동자가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도록 ‘문예창작기금’을 조성하고, 노동문학교실을 열자는 화두를 던질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