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일주일은 지침 변경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의료계 현장이 이른바 ‘위드(With)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23일 오후 3시 대구시민공익활동지원센터 2층에서 ‘코로나19, 1차 유행 성찰과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복지시민연합 건강과복지위원회, <뉴스민>이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경수 영남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생긴 지난 2월 18일 전후 현장에서 발생한 거버넌스 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드(With)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중앙과 지방정부는 감염병 위기대응에 대한 협력 경험이 없는 거 같았고, 지침에는 시간 개념이 없었다”며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평상시 소통 구조를 유지하려는 경향 때문에 비상시 조직 운영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 변경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과 지방정부와 협력이 잘 안 됐다. 지침을 바꾸려면 왜 바꿔야 하는지, 안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나는지 하루에도 열 번 넘게 전화를 해야 했다”며 “대구와 다른 지역이 상황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도 다른 지역에 적용해도 되는지 결정하는데 오래 걸렸다. 지침을 탄력적으로 상황에 맞게 조정해주는 전담 상황반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상호 경쟁적인 환경, 효율 중심의 패러다임으로는 감염병 대유행에 적절한 대응이 불가하다. 각 의료기관이 각각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고, 협력과 소통을 통한 지역 역량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지역 내, 지역 간 협력 수준과 강도 변경이 필요하다. 지역 간 협력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큰 팬데믹을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드(With) 거버넌스’를 제안하면서 ‘3S’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보 시스템과 감시 시스템 구축(System) ▲유기적인 연계, 의사결정을 위한 시나리오(Scenario) ▲국민 안전과 생존을 위한 포괄적 대책(Secufity)을 기존 거버넌스에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 교수는 “장기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거버넌스가 제대로 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훈련을 통해서 지역사회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성을 높이고, 작은 성공 사례를 챙겨 자신감도 생겨야 한다”며 “큰 위기를 겪으며 한고비를 넘겼는데, 빨리 오답 노트를 정리해서 새로운 유행에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최권호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상원 <뉴스민> 기자,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