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라서 해고하고 집에 찾아와 ‘네 엄마도 알아야 한다'”

대구 한 식당에서 직원 동성애자라고 해고...목사 준비하는 식당 아들 집에 찾아와 '아웃팅'

19:35

30일 새벽 4시 30분, 대구알바노조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한 분이 잘 곳이 없는데, 오늘 하루 잠깐 신세 질 만한 곳을 아시나요”. 이 모(23)씨가 집을 나온 지 7일째, 이 씨는 여전히 이렇다 할 거처를 구하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었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가족은 평생 몰랐었다.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를 준비한다는 대구시 한 식당의 사장 아들이 꼭두새벽 그의 집을 찾아와 어머니에게 털어놓기 전까지는. 사장 아들은 가끔 사장 대신 알바노동자의 새벽 귀가를 도왔기 때문에 그의 집 위치를 알았다고 한다. 그는 당장 집에서 쫓겨났다.

“24일 새벽에 사장님 아들이 집에 찾아왔어요. 왜 왔느냐고 했더니 다짜고짜 우리 엄마한테 할 말 있다면서 집에 들어왔어요. 그러고는 제가 동성애자인 걸 시작으로 퀴어축제에 참가한 이야기, 서울에서 열린 아이다호 데이(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IDAHO)에 참여한 이야기를 전부 다 이야기했어요. 지금 뭐하느냐고, 그만하라고 필사적으로 말렸는데, 그 형이 ‘네 엄마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엄마 표정이 굳기 시작하더니, 당장에 나가라고 했어요. 호적에서 지우겠다고 했어요···지금은 당장 갈 곳이 없어요”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사장 일가의 차별과 폭력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이 씨는 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었다. 주말은 알바를 쉬는 날이었고, 이 씨는 축제 참가 이후 아무 문제 없이 일상을 살았다. 그러던 중 10월, 식당 직원의 전체 회식이 있던 날, 다른 알바노동자가 이 씨가 동성애자이고, 퀴어문화축제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악의였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 자리에는 사장과 사모, 목사를 준비하는 사장 아들도 있었다. 이들은 그 자리에서 이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당장 이튿날부터 일을 나가지 못했다. 사장 집 일가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고 했다.

▲화면 갈무리=omhksea.org
▲화면 갈무리=omhksea.org

당장 수입이 끊겼을뿐더러, 5개월 간의 임금도 체불된 상태였다. 다른 알바노동자에게도 체불된 임금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씨를 제외하고 모두 지급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고, 서울의 성소수자 단체에서도 알게 돼 노무사를 소개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12월 말, 사장이 연락해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밀린 5개월 치가 아닌 1개월 치 50만 원이었다. 우선은 돈이 급했던 그는 1개월 치라도 받아야만 했다.

이후로도 이 씨에 대한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처음 사장에게 아웃팅했던 알바노동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는 ‘이 씨 때문에 에이즈에 걸린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단골손님도 있는 자리였다. 2015년 1월경 그가 동성로를 지나갈 때, 그 단골손님들이 ‘에이즈 걸린 사람’이라며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던졌다고 했다. 그는 그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었다.

“왜 그런 소리를 단골손님한테까지 들어야 했을까요?” 억울했다. 말을 해도 힘들고, 다시 아웃팅 될 수 있기에 참으려고도 해 봤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 씨는 참을 수가 없었다. SNS를 통해서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고, 법적 대응도 준비를 시작했다. 그 소문이 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장이 식당을 매매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장은 식당 매매 전 문제를 정리하고 싶었던 것인지, 5개월 치 체불 임금에 못 미치는 2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더 문제 일으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말들을 이 씨에게 쏟아 냈다. 그는 눈물이 났다. 펑펑 울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까지 살아야 하는가 하고 생각했다. 그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까지 사과를 받지는 못했다. 2015년 4월까지의 이야기다.

5월 사장 아들이 어머니에게 아웃팅 한 이후, 이 씨는 이 사람들이 이제 더 무엇을 할지 두려워졌다.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곳이 교회로 알고 있었는데, 이 씨는 그들에게 원수보다도 더했던 것일까.

▲2014년 진행된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기독교 단체들이 퍼레이드 행렬을 막고 있다.
▲2014년 진행된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 기독교 단체들이 퍼레이드 행렬을 막고 있다.

“저도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사과받는 걸 다 포기하고 싶기도 해요. 돈만 받으면. 교회 다니는 그런 사람들한테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게 쉽지는 않겠지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하는 일들이, 집에 찾아오는 걸 포함해서 정말 가관이지 않나요? 성소수자라도 일 할 수 있어요. 그걸 보여주고 싶고, 그리고 꼭 사과를 받아내야겠어요. 교회에서는 원수도 사랑하라고 가르치지 않나요. 내가 원수라고 해도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그 모든 것보다도 힘들었던 것이 나를 위한다면서 집에 찾아와서 부모님에게 알린 거거든요. 이 사람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게 두렵기도 해요. 아일랜드는 동성 간 결혼도 합법화가 됐다는데,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려 하다 보면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요? 다양한 성을 가진 사람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벽장 안에 가두지 말고.”

이 씨는 사장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지만, 이후 소재를 파악하거나 같은 일이 반복되면 고소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뉴스민>도 해명을 듣기 위해 사장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소수자 67.7%, 직장 내 성소수자 차별과 폭력 ‘심각’
혈연가족이나 친족으로부터도 폭력 심각해
“성소수자 인권 위한 법·제도적 장치도 필요”

이 씨의 사례처럼, 직장 내, 그리고 가족 내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한국게이인권운동 단체인 ‘친구사이’가 발주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온라인·오프라인 설문으로 4천여 명(유효 응답자 3,159명)을 심층조사해 작성한 ‘한국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7.7%가 직장 내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차별 등의 폭력을 ‘종종’ 또는 ‘자주’ 발생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6.4%가 혈연가족이나 친족에 의한 폭력, 학대, 방임이 ‘종종’, 또는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응답자의 41.5%는 직접적인 차별과 폭력을 당했다. 무작위 대중에게 정체성을 공개한 경우 성소수자의 73.7%가 차별과 폭력을 경험했다.

‘친구사이’에 따르면, 70% 정도가 차별과 폭력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 수치마저도 성소수자가 느끼는 공포라든가, 제도적 결혼이 어려워 직장에서 도태되는 경우 등의 간접적인 차별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는 노동권이 비교적 보장된 정규직에서보다 비정규직·아르바이트에서 심각하다. 바로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최근 들어 ‘일베’나 일부 기독교단체 등으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더욱 가시화되는 경향이 있다. 박재완 친구사이 마음연결 팀장은 이에 “정부의 영향도 있겠지만,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가 짙어지며 인권이 후퇴되어가는 현상 중 하나다. 성소수자를 포함해서 이주노동자나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사회의 불만과 갈등의 총알받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 기독교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재완 팀장은 “사회의 주류라고 볼 수 있는 기독교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천주교는 교황이 포용하려 하고, 불교의 경우도 김조광수(게이) 감독을 초청해 강연하는 등 화해의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달리 기독교는 과거 핍박받았음에도 이제 주류가 돼서 소수자를 핍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방식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성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박재완 팀장은 “성소수자 존재에 대한 제도화보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인식 전환을 위해 제도가 앞서갈 필요도 있다”며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한 법과 제도가 갖춰지고 사람이 변할 수도 있다. 특히 이런 변화는 성소수자 소수가 혜택을 보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인권이 증진되는 것이다. 누구나 소수자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