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보면서 국민의 권리 내용이 많았어요. 그런데 국회의원을 보면 진짜 안 읽어 본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함께 읽은 우리처럼 보통 사람들이 헌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국회의원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올해 1월부터 12번에 걸쳐 모임을 만들어 헌법을 읽고 난 후 엮은 책 ‘내 생에 첫 헌법’ 발간을 앞둔 최미나(32) 씨 이야기다.
미나 씨를 포함한 11명의 청년이 ‘헌법읽는청년모임’에 끝까지 함께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월말부터는 온라인으로 읽기 모임을 이어갔다. 4월 헌법 읽기를 마친 후 독후감 출판 작업을 시작했다. 헌법을 읽으면서 나눴던 이야기, 질문, 헌법 개정에 대한 의견 등이 담긴 책을 제작하기로 했다. 텀블벅을 통해 130만 원을 목표로 한 펀딩은 이미 달성했고, 후원자에게도 책을 발송할 계획이다.
대구에서 시민학습모임 창업을 준비하던 미나 씨는 첫 주제로 헌법을 선택하고, SNS를 통해 홍보를 했다. 10여 명이 모였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김준수(32) 씨와 인권위 조사관 박민경(41) 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헌법을 읽고 우리나라가 가진 세계관을 알게 됐다는 준수 씨는 “헌법을 보면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기능의 균형을 맞추고 있어요. 개인의 삶과 사회의 균형을 찾는 것. 나와 타인, 나와 사회, 나와 국가 간에 균형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헌법 읽기를 권했다.
미나 씨는 “정부와 국회가 어떤 일을 하고 지방자치단체 역할을 무엇인지 헌법을 읽고 나서 알았어요. 헌법 한 번만 읽어도 선거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부담 없이 한 번은 꼭 읽어보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인권위 조사관으로 일하는 민경 씨는 “헌법을 학문과 업무로만 생각했는데 청년들과 함께 읽으면서 ‘아, 헌법은 삶이구나’하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헌법 읽은 청년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헌법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책을 출판하기로 했다. 100권을 인쇄해 참가자들도 갖고, 정당 비율에 맞게 21대 국회의원 일부에게도 전달하기로 했다. 전달 과정 등을 영상으로도 담을 계획이다.
때가 되면 찾아오는 헌법 개정에 대한 참가자들의 생각도 담았다. ‘토지 공개념’을 개헌 과제로 꼽은 준수 씨는 “국가가 모든 땅을 소유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에 관해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자는 이야기잖아요. 집을 구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조항이에요”라고 말했다.
공무원인 민경 씨는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바꾸면 좋겠다. 정치적인 성향으로 업무를 하면 안 되지만,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보니 법률에서도 지나치게 외부활동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을 지향하는 조항을 바꾸면 좋겠다”는 미나 씨는 “여론조사를 보면 통일 찬성이 많은데, 제가 체감하기에는 그렇지 않다. 종전하고, 북한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년 개헌안을 냈던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에도 “개헌하면 헌법 전문에 5.18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5.18을 담으면 2.28민주운동도 담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 헌법은 1987년 이후 그대로다. “개헌이 가능할까요?” 기자가 부정적으로 물었다.
개헌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달랐다. 그럼에도 각자의 바람이 담긴 헌법 조항을 담은 이유가 있었다. 개개인이 바라는 국가의 모습을 토론하기 위한 시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치 구조에만 관심 있는 정치인들의 개헌 논의가 아니길 바라면서. ‘내 생에 첫 헌법’을 받아든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