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동산병원에서] ⑤ 맨 앞에 선 간호사들

한 달 간 대구동산병원에서 일한 간호사의 수기
보호복이 없다고 하던데. / 예?

21:35

[편집자주] 코로나19 최전선이 되어버린 대구에 자원해 3월 3일부터 31일까지 환자들을 돌보고 돌아간 김수련 간호사가 그간의 경험을 본인의 SNS에 올렸습니다. <뉴스민>은 김수련 간호사의 동의를 얻어 김 간호사의 경험기를 연재합니다.

[글쓴이주]저는 3월 초 서울에서 대구로 파견을 자원해 한 달간 일하고 돌아온 간호사입니다. 집이 낯설고 아무 일 없는 일상이 당황스럽습니다. 남겨두고 떠나온 다정하고 선량한 대구 분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요. 어떤 고난에도 여러분들이 삶이 온전하기를, 지극히 평안하기를 빕니다.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밥은 잘 먹었습니다. 대구 전역에서 많은 분들께서 끼니마다 먹을거를 양껏 보내주셔서 더치커피도 마시고 따뜻한 삼계탕도 먹고 영양 가득한 도시락도 잘 챙겨 먹었습니다. 홍삼도 먹고 아로니아도 먹고 귤도 사과도 토마토도 먹고 하여간 먹는 건 고루 잘 보내주셨습니다. 제가 먹은 것들은 시민분들의 우려와 걱정인 것을 잘 압니다. 꾸역꾸역 잘 챙겨먹고 보무도 씩씩하게 들어가 일도 걱실걱실 했습니다. 건강합니다.

여러분들께서는 매스컴에서 간호사들의 모습을 숱하게 보셨을 거예요. 방호복을 입거나 땀에 절었거나 얼굴에 뭘 덕지덕지 붙인. 그렇지만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으신 적은 있으신가요.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긴 시간 환자와 접촉하고 있고 매일같이 온갖 드라마들이 펼쳐지는데, 이상하게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아요. 그저 그 겉모습만, 그 고생의 외양들만 눈에 띌 뿐 우리 목소리는 음소거 처리한 영상처럼 잘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 얘기를 하고 싶어요. 속에 옹골차게 차오르지만 내뱉지 못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를요.

[대구동산병원에서] ① 간장에 조린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② 곡괭이를 든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③ 공공재가 된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④ ‘존버’하는 간호사들
[대구동산병원에서] ⑥ 대구의 희망이었던 사람들

전국에서 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환자들은 해당 지역 병원으로 입원하게 됩니다. 대구·경북 지역은 국가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다른 지역의 코로나 환자들은 각 병원에서 관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들을 보는 간호사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마치 보건복지부에서 전국에 지원자 모집공고를 냈듯이, 병원 내에서 공고를 내고, 지원을 받아 운영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그저 하루아침에 멱살 잡혀 끌려 나왔습니다. 장기말 처럼요. 그분들의 얘기를 해볼까 해요.

제가 며칠간 모은 여러 병원의 사례들은 짠 것처럼 비슷해요. 지역과 규모를 불문하고 데칼코마니 같아요. 그래서 저는 풍부한 사례를 알리기 위해 여러 제보 내용을 흩트리고 뭉쳐 가상의 A 병원과 B 병원, C 병원의 선별진료소를 만들었습니다. 여기 포함된 모든 정보는 사실이지만, 제보해주신 선생님들과 병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부적인 숫자나 어휘들은 수정되거나 섞여 있습니다.

※주의, 분통 터짐

▲유리창 너머로 확진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와 필담을 나누는 간호사. (뉴스민 자료사진. 본 글과 관련성은 없습니다)
  1. A 병원

이곳은 지역의 대표적인 대학병원입니다. 물론 간호사도, 병동도 많고요. 이 중 네 개의 병동 간호사들에게 명령이 내려옵니다. ‘병동을 비우고 코로나 확진자를 보세요’ 간호사들은 가라니까 갑니다. 고심해서 결정을 내리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족들을 만나 설명하고, 이런 건 없습니다.

네 개나 되는 병동의 인력이니 현장에 파견된 간호사들이 매우 많은 수이지요. 이분들은 감염병동 경력 간호사들이 아닙니다. 행동지침이나 관련 장비, 물품 사용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COVID-19(코로나19)는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이니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병원당국에서는 어떤 교육도 해주지 않습니다. 다 투입되고 한참 뒤에야 교육을 해줬지만, 단 한 번에 그칩니다. 그 교육을 받고 온 의사들이 간호사들에게 보호장구 어떻게 입는 거냐 벗을 땐 어떡하냐 하나하나 물어봅니다. 들어가서는 장갑 교환도 제대로 하지 않아요. 아마도 하나 마나 한 교육을 한 것 같네요.

그래요 그렇다고 치고 일단 그냥 들어갑니다. 보호장비도 엉망인데요? 마스크에 이름을 써놓고 재활용하래요. 아, 일단 들어가요. 환자 넘어가겠어. 그래요 그래그래. 그리고 뚜껑 열었더니 맙소사,

일단 병동 소독부터 간호사의 몫입니다. 코로나 환자의 환경을 소독하기 위해 소독제를 몇 대 몇 비율로 희석해야 하는지부터, 뿌리고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까지 하나하나 물어볼 곳이 없습니다. 면회는, 사망 환자는, 사용한 기계는 어떻게 할지 병원에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뒷짐 지고 저것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 있을 뿐이죠. 간호사들은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눈감고도 꿰뚫게 됩니다. 논문도 왕창 찾아봅니다. 깔끔하게 정리해 공유하고 관리 서식을 만드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환자 보는 간호사들이 할 일이지요.

X-ray 촬영을 하면, 본래라면 영상의학과에서 담당했을 일의 일부도 간호사가 합니다. 청소도 물론 간호사의 일이에요. 바쁜 와중에 사지를 휘두르며 복도와 병실에 걸레질을 하고 다니던 간호사들의 넋이 나가기 시작하자, 청소 여사님들께서 투입됩니다. 그렇지만 이분들은 보호복에 대해서도, 감염관리와 청소에 대해서도 교육받은 바가 없었다고 해요. 간호사들은 환자 간호 일을 하면서/보호장비를 제대로 달라고 병원 측에 박박 조르면서/매뉴얼을 만들면서/소독도 책임지면서/보조인력들을 교육해야 했어요.

병원에서는 이게 누구 일인지 모르겠다 싶으면 간호사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당장 환자와 얼굴 마주한 간호사들은 늘 쫓겨요. 환자한테 이게 필요한데 제공을 안 해준다. 그럼 간호사가 합니다. 이건 반드시 해야 하는데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그럼 간호사가 합니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직군이 어떤 사정으로 일이 느린데 환자는 급하다. 간호사가 합니다.

그냥 간호사가 합니다. 당장 맨 앞에 서서 위험을 뒤집어쓰고 만사를 제 손으로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뒤에 선 사람들은 급할 거 하나 없어요. 오, 지켜보니 가만두면 간호사가 다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간호사가 못 한다고 하면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예전부터 늘 간호사가 다 했어. 그냥 해!

눈물 젖은 근무를 하고 나오면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밥을 먹어야 합니다. 밥이 나오는 데 감사해야 할까요. 왜냐하면 밥이 안 나오는 간호사도 있기 때문이죠! 직접 간호를 하는 사람만 도시락을 주고 책임 간호사는 식당에서 사 먹으라고 합니다. 병동이 10층인데 식당이 1층이라 모든 현장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 간호사는 모두 식사를 거릅니다.

숙소 또한 간호사 선생님들의 눈물 없이는 못 보는 투쟁사가 있었습니다. 간호사들의 요구에 지친 A 병원은 ‘이거 보세요, 이거 병원이 엄청 희생하는 거예요 아시겠어요?’하는 생색과 함께 인원의 절반에게는 게스트하우스를 구해주고 반은 폐쇄 병동을 쓰게 합니다. 어디 빌어 붙어사는 빈대 같네요.

대구 거점병원처럼 인력 수급을 보건복지부가 책임져 주는 게 아니다 보니 인력은 자꾸 부족합니다. 여기 병원은 신규 간호사를 끼워 넣어요. 교육과 오리엔테이션을 열흘 받고, 확진 병동에서 일주일 만에 모든 업무를 익혀 환자를 봐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터지면? 업무가 미숙한 신규간호사가 큰 실수를 하면? 그건 병원은 모르는 일이에요. 인력은 줬으니까요.

경력 간호사들은 애가 닳습니다. 여기다 일반 병동들도 인력을 보내줄 수가 없습니다. 네 개나 되는 병동이 비었어요. 이 병동 환자들은 일제히 다른 병동이 떠안아야 합니다. 온갖 다른 과 환자들이 뒤섞이고, 중환자들이 병동으로 내려오면서 중증도가 치솟습니다. 뒤에서 일반 환자를 보는 간호사들도 과중한 업무로 죽을 지경입니다.

병원에는 기부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러나 어디 쓰이는지 몰라요. 주말에 근무하지 않는 관리자가 주말 수당을 챙겨갑니다. 나이트 근무자에게는 단 한 번도 야식을 챙겨준 적이 없으나 야식비로 몇백 만 원을 청구합니다. 이곳의 선생님들은 위험수당이 없습니다. 꼭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병원으로 파견된 봉사자들은 충분한 수당을 받고, 이곳의 간호사들은 모든 위험과 무거운 업무를 수당 한 푼 없이 감내합니다.

▲경북대병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본 글과 관련성은 없습니다)

2. B 병원

두 번째 사례는 대도시의 대형병원입니다. 규모도 크고 중환자실도 종류별로 여러 개, 병상도 손꼽히게 많은 병원이지요. B 병원은 제법 규모가 큰 감염병동이 있어요. 처음에는 감염병동을 선제 격리병동으로 운영하다가, 확진자가 들어오면서 확대되어 확진자 병동이 새로 생깁니다.

갑자기 한 개의 중환자실을 포함한 세 개의 병동에 공지가 툭 나왔어요. 여러분들이 좀 지원을 가야겠다. 갑자기 떨어진 공지에 온 병동이 뒤집히고 확진자 병동과 선제 격리병동 명단에 본인 의사와 관련 없이 이름들이 올라갑니다. 네, 이분들이 당첨됐어요! 역 로또라고나 할까요!

그건 좋아요. 누가 먼저인게 뭐 중요한가. 지금은 비상상황이죠. 간호사들은 평시에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어요. 종종 시뮬레이션 트레이닝도 해요. 혹시 갑자기 전쟁이 나면, 역병이 퍼지면, 병원에 불이 나면, 우리는 일제히 제일 앞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간호사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는 동안, 병원은 별 준비가 없었던 거죠.

2-1. 의(衣)

확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보호를 위해 레벨 D 보호복을 입어야 합니다. 평시에 이 옷에 대한 훈련을 하지만, 어떤 분들은 반쯤 잊어버렸어요. 의료진의 노출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다시 훈련이 필요해요. 그런데 파견 날짜는 다가오는데 훈련을 한다는 말이 영 안 들립니다. 간호사들이 묻자,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와요.

‘보호복이 없다고 하던데.’

예?

갑자기 선뜩함이 등 뒤로 엄습해오네요.

간호사들은 트레이닝도 없이 알아서 레벨 D를 입고 벗었습니다. 뭐 어때요. 이 시대에는 유튜브가 우리 트레이너 아닙니까. 간호사들은 닥치면 다 하는걸요.

매우 다행히도 보호복은 내내 잘 공급됐습니다. 그런데 간호사들은 탈의를 하다가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합니다. 옷이 막 찢어져요. 누차 말씀 드렸던대로 노출은 옷을 벗을 때 많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의료진들은 옷을 폭탄 다루듯 조심조심 벗어야만 하지요. 그런데 옷이 막 게맛살처럼 찢어지네요? 갑자기 옷 벗는 일의 난이도가 확 올라갑니다. 어렵게 어렵게 보호복을 벗고 나와서도 간호사들은 불안합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병원이 그런 보호복이나마 공급해준 데 감사합니다.

환자를 직접 간호하면서도, 간호사들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됩니다. 가래를 뒤집어쓰며 석션을 하고, 대변을 치웁니다. 치우는 와중에 오염된 장갑이 벗겨져 손목이 노출되고, 환자를 옮기다 장갑이 아주 통째로 날아가는 사례도 생깁니다. 환자에게 접촉하는 시간을 애써 제한했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한 기계에서 알람이 울리면, 불안에 지친 환자가 부르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관을 환자가 뽑아내면, 간호사들은 주섬주섬 다시 옷을 입습니다. 의사들 또한 접촉시간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평시라면 의사선생님들께서 들어오셨을 일들 또한 간호사들이 다 합니다. 간호사들은 접촉시간이 자꾸 길어지고 노출 위험은 커져요.

간호사가 마스크와 가운, 장갑, 고글만 착용하고 일하는 선제 격리병동에도 확진자가 다녀가지만, 폐쇄도 방역도 하지 않아요. 간호사들의 검사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가 그곳에서 일했던 간호사들이 복귀하기 직전에야 원하는 사람에 한해 검사를 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여러분, 검사는 은총이 아니에요.

물론 여러 상황이 열악했던 대구와 B 병원은 달라요. B 병원에는 훌륭한 감염관리실이 있습니다. 역시 대형병원이라 청소 여사님도 계시고 소독을 담당하는 직원도, 장의사 선생님께서도 들어와서 간호사와 함께 일해주세요. 무척 감사한 일이죠. 그러나 이런 보조인력들께서 보호복을 입고 벗는 일에 대한 교육은 없어요. 노출 위험은 극도로 올라가고, 간호사들은 감염관리실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모니터링하세요’

그럼 그렇지요?

어느 날은 이런 일이 있었대요. 입원 시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던 환자가 사망했습니다. 사망 환자는 처음이었어요. 간호사들이 지침을 요구하자 감염관리실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글쎼, 다른 환자랑 비슷하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 수는 없지요. 간호사들이 집요하게 요청하자 감염관리실은 A4 용지 찢은 종이에 손글씨로 쓴 매뉴얼을 가져왔어요. 준 게 어딥니까. 운구를 하시는 장의사 선생님께서도 보호구 교육을 못 받으셨구요! 간호사들은 장의사 선생님께서 퇴실하실 때 냉큼 달려들어 소독 티슈로 보호구의 모든 겉면을 빡빡 닦아드려야 했답니다.

2-2.식(食)

제가 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간호사들은 밥에 민감합니다. 간호사들은 몸을 써서 일해요. 일만 해도 칼로리가 쭉쭉 빨려 나가는 데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나서는 더운 옷까지 입고 일을 하지요.

그런데 확진자 병동이 생긴 지가 한참 지나도록 사무처장 선에서 제공된 식사는 단 한 번이었다고 해요. 간호사들과 같이 상주하던 감염내과 교수님이 이의를 제기해 의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락을 제공하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식사가 조달되었구요.

이런 일이 있었대요. 관리자 중 한 명이 간호사 휴게실에 들어와 컵라면을 먹은 흔적들을 보고 한마디 했대요.

‘우리 애들이 컵라면을 좋아하나봐.’

예 간호사들이 컵라면을 사랑해서 매일 컵라면을 먹나 봐요!

2-3.주(住)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민 자료사진. 본 글과 관련성은 없습니다)

코로나 환자가 처음 입실하고, 잔다르크 같은 감염병동 간호사들이 일단 몸으로 틀어막고 있는 동안, 차출이 결정된 간호사들은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통근하거나 가족과 동거하는 모든 간호사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를 원했습니다. 격리를 원한다! 이 요구가 감염관리실에 닿자 감염관리실 가라사대

‘잘 씻고 보호구만 잘 착용하면 외부로 노출될 위험성 전혀 없다.’

여러분, 게맛살처럼 찢어지는 보호구와 함께라면, 위험성이 전혀 없고 막 그래요! 뭐 그러고 나서 간호사들이 감염이 되면 간호사가 잘 안 씻었거나, 보호구를 잘 착용하지 않았기 때문이군요!

여러분 보호구는 게맛살이 아니더라도 사실 모두의 몸에 다 맞지는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다는 말이에요. 고글을 얼굴에 욕창이 다 생기도록 짓눌러도, 틈이 생길 수 있어요. 마스크는 fit test(핏 테스트)라고 불리는 밀폐 테스트를 해보면 얼굴에 맞지 않아서 생긴 틈으로 공기가 질질 새어 나오는 게 수치로 보입니다.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완벽한 방법으로 착용하고, 설령 테스트 결과가 완벽해도 간호사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틈은 생길 수 있습니다. PAPR 후드도 얼굴 조그만 여선생님들의 머리 앞뒤 양옆으로 바람이 부릉부릉 나와요.

그렇다면 우리는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야 해요. 간호사들은 환자와 밀접히 접촉하니까요. 간호사를 보호하지 않으면 환자가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숙소는 간호사들이 노동조합에 요청한 후에야 공급됐어요.

간호사들이 얻은 것은 병원당국에 대한 불신입니다. 한 달 넘게 확진자를 보는 동안 환자 퇴실 후 소독방법, 사망환자 운구, 사망 예정자 면회. 모든 측면에서 병원차원에서 만들어진 정확한 매뉴얼 하나가 없었습니다. 담당 부서는 감염관리실이지만 물어볼 때마다 답변이 바뀌어 결국 확진자 병동 간호사들이 직접 매뉴얼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일 열심히 간호사들을 보호해야 할 관리자는 어떨까요. 잘 씻고 보호구 착용하면 다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파견을 위해 짐을 챙기는 간호사들에게 “확진자 병동 가면 여기 다시 오면 안 되니까 다 챙겨”라며 오염을 막기 위해 기존 부서로 오지도 말라고, 마치 조선시대 농노 팔아넘기듯 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확진자 병동에 와서 마스크 한 장 쓰고 커피 마시면서 구경하고 사진 찍어가고 간호사들에게 느낀 점도 적어서 내라고 합니다. 재난 포르노라는 표현을 여기 말고 어디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환자를 위해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격려는 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관리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요.

3. C 병원, 선별진료소의 문제

선별진료소는 수가 많은 만큼 온갖 말 못 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공항 선별진료소는 14일 동안 쉬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던 곳도 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병원 내의 선별진료소 얘기를 해볼게요.

C 병원은 31번 환자의 확진으로 선별진료소 인력이 더 필요해져 병동에서 인력을 차출했습니다. 물론 간호사들한테 친절하면 그건 병원이 아니죠. 그냥 일단 통보를 한 다음에 무슨 일을 할지는 근무지에 도착해야 알 수 있습니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먼저 근무했던 분들이 몸으로 부딪치면서 얻은 경험을 알아서 배워야 해요.

업무 지침은 인터넷이 가르쳐줍니다! 인터넷 시대니까요. 내 옆에 있는 동료들도 코로나랑 한탕 뒹굴게 된 거야 동병상련이니 이분들이 다 같이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찾아 매뉴얼을 만듭니다. 보호복을 입고 벗는 것 또한 공짜로 줄 순 없죠. 간호사들이 요청한 후에야 10분 정도 방호복을 입고 벗는 걸 보여줬대요. 그것도 해준 게 어딥니까.

일반 환자와 선별진료소 검사를 위해 온 분들을 구별하는 분은 마스크와 비닐장갑만 끼고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관내에서 확진자가 나와버린거죠. 갑자기 보호복을 입어야 되는데 탈의실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밖에 나가서 방역을 하고 벗어요. 지침은 감염원에서 안전하고 주변을 오염시키지 않는 공간에 경의실을 설치하게 돼 있지만 그런 시설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죠. 설치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지만, 간호사들에게 쓸 돈은 없나 봅니다.

초기에는 확진자 정보도 공유가 안 돼서 간호사들이 지역 맘카페를 수시로 들락거렸대요. 병원 공지보다 맘카페 정보력이 더 빨랐던 거죠.

이분들은 병동에서 차출한 선생님들이라고 말씀드렸죠? 이분들이 그럼 병동을 비웠느냐, 그건 아니에요. 병동 일도 하면서 교대로 선별진료소에 나와서 보호복을 입고 일해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몰라요. 격리가 주어질지, 보상이 있을지, 아무도 몰라요. 당연히 없겠거니들 하고 있어요. 언제 끝나든 그것 또한 통보될 거고, 이반 데니소비치1처럼 그냥 하루를 견뎌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돼요.

위 병원들의 파견 간호사들 중 일부는 본인의 원래 병동으로 돌아갔어요. 복귀는 당일 결정해서 통보하고, 음성이 나온 모든 간호사는 바로 다음날 모두 복귀합니다. 자가격리기간은 하루도 없어요. 파견에 대한 보상 또한 없습니다.

보호구를 모두 착용하고 코로나 환자를 돌본 간호사 중 업무 종료 후 자가격리기간 중 확진된 간호사도 있습니다. 대구에 자원했던 분이세요. 그분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자가격리를 지키셨습니다. 그분이 만약 본인의 병원으로 바로 복귀했다면 그 병원은 어떻게 됐을까요?

어떤 간호사는 열이 37.5도 이상이어서 검사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으나 관리자는 ‘시기상조’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의료진 감염 뉴스 보도 후에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어요. 또 다른 간호사들은 검사 자체를 받을 수가 없어서 병원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한 결과 2주마다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어요. 현재 시민들은 원하면 코로나 검사를 받습니다. 그러나 간호사들의 코로나 검사는 싸우고 구걸해야만 얻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모든 전염병의 확산 가능성을 상정하고, 적극적으로 틀어 막아야 해요. 간호사들은 그렇게 생각하는데, 병원당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간호사들 중 누군가 확진된다면 어떨까요? 그동안 접촉한 환자와 동료는, 가족은 어떻게 하죠? 그리고 간호사 본인은요.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간호사가 잘못한게 될까요? 간호사들은 보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을 해줘야 할 경우가 올까 두려워합니다.

그래요. 특수한 상황이고 비상사태입니다. 그래서 병원은 간호사에게 차출과 복귀를 통보할 수 있고, 위험수당을 안 줄 수 있고, 아무 지침 없이 간호사들을 현장에 방치할 수 있어요. 그 상황의 특수함은 간호사들이 안전하고 충분한 보호구도, 숙소와 식사도, 보상과 자가격리도, 모든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 관리자들의 태도도, 요구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뉴스민 자료사진. 본 글과 관련성은 없습니다)

간호사들은 맨 앞에 선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이건 다 병원이 사립병원이기 때문이니 의료공공성을 확충하자!’ 혹은 ‘모든 건 수가가 낮아서 그렇다. 이게 다 수가 때문이야’와 같은 결론을 내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공병원의 간호사들도, 수익을 아주 많이 내는 병원의 간호사들도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공공의료를 간절히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저도 공공의료를 확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병원이 사립이든 공립이든 한국의 병원에서 간호사는 가장 위험한 자리에 서고, 보호받지 못하고, 보상은 미약합니다. 부당함을 견디거나 떠나기를 강요받습니다. 현재 간호사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아요.

이 모든 일이 끝나길 바랍니다. 시민 여러분 모두가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라요. 그렇지만 모든 일이 끝나면 빛나는 명예는 간호사들을 가장 착취했던 사람들이 가져갑니다. 가장 앞에 섰던 간호사들은 혹사당한 몸과 실망을 끌어안고 가장 아래, 안 보이는 곳으로 파묻힙니다.

몇 년 전 메르스가 창궐했을 때, 그때도 맨 앞에 섰던 간호사들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을 겪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은 사람들. 지금 일어나는 것과 꼭 같은 불신과 불안, 실망 속에서 그분들은 병원을 떠났습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가 맞이했습니다. 이번에도 필요에 의해 가장 앞자리로 내몰린 간호사들은 똑같은 불안을 어깨 위에 짊어집니다. 이것들은 안 보여요. 간호사들의 눈에만 보입니다. 시민 여러분에게는 간호사들의 얼굴에 붙은 스티커와 붉은 자국만 전시되었지만, 정작 간호사들을 짓누르는 불안은 투명합니다.

이 문제들은 반복되어 왔고, 반복되는 중입니다. 간호사들은 갈려나가고, 실망 속에서 그만두고, 결국은 모자라게 될 거예요. 맨 앞에 설 사람들이 부족해지면,

다음에는 뭐가 올까요?

설문에 응해주신 모든 수고하시는 간호사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일상과 안전을 위해 모든 일이 어서 끝나기를 바랍니다.

  1. 알렉산드로 솔제니친의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의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