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정규직 전환 시점이 다가온 계약직 4명에 대해 정규직 채용 시험을 치러, 2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전환 대상 계약직 개인의 업무 능력과 무관하게 사실상 2명을 떨어트리는 방식의 채용으로, 앞서 계약직의 근무 성과 등을 평가한 것과도 다른 방식이다.
산단은 지난 3월 중순, 계약 기간 2년 만료를 앞둔 계약직 4명에 대한 정규직원 채용 필기·면접 시험을 시행했다. 필기시험은 모의 토익 30점, 일반상식 40점을 배점했고 면접에서는 전문지식·성실성 등을 평가했다. 합격 기준은 없으며, 계약직 4명 중 고득점자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계약직에 대한 통상적인 정규직 전환 방식이 아닌, 제한경쟁 시험을 신규 채용 방식이다. 이에 과거 정규직 전환과 방식이 다르다는 점, 계약직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계약 만료를 앞둔 계약직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규직 전환 시험에 응했다. 시험 자체를 거부하면 전환 기회를 거부했다며 4명 모두 해고될 수 있다는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에 지원하면서도 이들은 정규직 전환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과거 정규직으로 전환된 계약직들과 동일한 채용 공고, 동일 조건으로 채용됐는데 시험 탈락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계약직은 산단 입사 지원 당시부터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다.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사례도 없고, 채용 공고문에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계약 기간 결격 사유도 없었지만, 이런 점을 평가받을 기회조차 없었다.
하지만 산단은 계약직 4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으며, 오히려 이들을 배려해 신규 채용을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들이 지난해 계약 갱신을 하면서 추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동의했다는 이유다. 이에 계약직들은 동의하지 않을 시 당장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압박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산단 관계자는 “정원에서 결원된 인원이 2명이기 때문에 2명을 채용하는 것이다. 공정성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제한경쟁 방식으로 공정하게 채용한 것”이라며 “산단 자체적으로 정원을 늘릴 수는 있지만, 쉽지는 않다. 인력이 늘어나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재정 상태가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인건비는 계속 늘어난다. 반면 연구비 수주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장태수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2년 동안 상시 지속적 업무를 한 계약직 4명을 정규직 전환이 아니고 2명만 신규채용하는 것은 2명을 자르려고 답을 정해놓고 끼워 맞춘 것”이라며 “계약서상 재계약이 불가능하다고 돼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내용은 상시 지속적 업무를 2년 동안 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규직 전환 여부를 따지는 평가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규직 정원을 얘기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직원 2명을 줄이는 해고”라고 덧붙였다.
정규직 전환 평가 때마다 평가 방식 바뀌어
“노동위 부당해고 판정 불복, 공적기관으로서 신뢰도 저하”
산단의 정규직 전환 평가 방식은 2019년부터 평가 때마다 매번 바뀌었다. 과거에는 간단한 면접을 통해 계약직 근무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2018년까지 이 방식으로 평가받은 계약직 16명은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평가 방식이 바뀐 것은 2019년 경북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나서부터다. 2019년 4월, 산단은 계약 만료를 앞둔 계약직 4명의 정규직 전환 면접을 보고도 이들에 대한 평가 없이 재정 건전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해고했다. 이들 중 2명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해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때 경북지노위는 갱신기대권이 있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거절하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해 10월, 산단은 계약직 1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는 전환 평가가 강화됐다. 처음으로 평가 점수를 도입했고, 해당 계약직을 점수 미달로 해고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경북지노위는 평가에 객관성이 없다며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산단은 지노위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이행강제금 500만 원을 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해 판정을 앞두고 있다.
산단 관계자는 “지노위 결정을 보니 산단의 권한인 면접 부분에 대해 지적해서 이행강제금을 내고서라도 다퉈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장태수 위원장은 “산단에는 공적 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이 있다. 노동위원회 판정에 소모되는 비용도 있는데 이행강제금까지 물어가면서 판정에 불복하는 것은 기관의 신뢰도에도 좋지 않다. 여전히 공적 기관으로서 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