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8개 학교, 코로나19 사태에도 기능대회 준비로 합숙시켜

포항 포철공고, 구미 금오공고 등 80여명 참여
대구는 문의 시 학교 합숙 훈련 불가 통보

19:49

경상북도 8개 고등학교가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된 중에도 경북기능경기대회 훈련을 위해 학생들을 불러 합숙을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경상북도교육청은 1일 훈련 중단을 권고하고 훈련 형태, 코로나19 감염 예방조치 여부 파악에 나섰다. 반면 대구광역시교육청은 합숙 훈련을 사전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상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포항 포철공고, 구미 금오공고, 구미전자공고 등 8개 학교가 학생 80명을 3월 중순부터 학교 기숙사에 합숙시키면서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했다.

국제 기능대회 입상 시 학생에게는 연금이나 취업 기회가 주어지고, 학교도 포상을 받을 수 있다. 국제 기능대회 선수는 지역 기능대회와 전국 기능대회를 거쳐 선발되고, 자연스럽게 학교 간 경쟁 구도가 펼쳐진다. 기능대회 참가를 바라는 학생 입장에서는 실습 환경이 갖춰진 학교에서 대회 준비를 바랄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대구·경북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당초 4월 6일부터 예정됐던 2020년 지방기능경기대회는 5월 11일로 연기됐다. 연기 결정은 3월 6일 발표됐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학생이 원한다는 말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학교 입장에서는 성과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대구경북이 주목받고, 경기침체 까지 간 위기 상황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는데 학생 안전보다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 거두기 위해 대회 준비를 요구한 면도 있다. 일부 교장은 대구에 있는 학생도 있으니 먼저 합숙하면서 잘 케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경우도 있다”라며 “훈련이 체육처럼 단체 활동을 하는 게 아니고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라 소독과 방역만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훈련 중단을 권고해 오늘 대부분 학생들이 귀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파악 중이지만, 합숙 중 식사는 배달로 해결했고, 방역 조치와 학생마다 발열 체크도 충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기능대회 준비를 위해 3월 중순부터 12명 합숙으로 시작해 최근까지 20여 명의 합숙 생활을 했던 경북 한 학교 교장은 “학생들은 2인 1실에서 관리했고, 발열이나 건강 상태 체크는 철저하게 했다”라며 “개학을 앞두고 학급 운영을 철저히 준비하기 위해 먼저 발열, 상태 체크를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대구교육청은 관내 학교에서 합숙하지 않도록 사전에 지도했다. 대신 참가를 원하는 학생에게는 온라인으로 과제 제공과 지도교사 확인을 하도록 조치했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기능대회는 학교 간 경쟁으로 된다. 대구에서도 학생이 연락 와서 언제 훈련할 수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실습은 하는 게 대회 준비에 아무래도 좋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 합숙은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대한 온라인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