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코로나19 확진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병상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구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소개령’ 떨어진 대구의료원의 하루, “나가도 우리 엄만 죽고, 여기서도 죽는다”(‘20.2.22))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부는 대구의료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일반 환자를 내보내는 작업을 지난 21일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호스피스 병동 입원 환자 12명에 대한 전원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새로난한방병원(31번째 환자 경유지)에서 전원된 환자까지 약 40명 정도가 의료원에 남아있다.
환자 보호자와 권영진 대구시장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재 이들에 대한 전원 작업이 지역 병원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않는 건 사실이다. 환자 보호자들은 21일, 22일을 양일간 의료원 측의 통보에 따라 환자를 옮길 병원을 알아봤지만 이들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는 병원은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말기암 등 중증 병세를 앓고 있어서 의료 장비가 갖춰져 있는 병원으로 이전해야 하지만, 22일 오후까지 의료원 측에서 내놓은 대안은 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요양병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권 시장은 지난 21일 저녁 <뉴스민>과 통화에서 “대학병원장들 협의를 마쳤다”고 말한 바 있지만, 실제로 협의대로 이행하는 대학병원은 없는 셈이다.
보호자 배 모 씨는 어머니가 담낭암을 앓고 있어서 담낭액을 뽑아내는 기계, 산소호흡기, 그리고 주기적으로 투약해야 하는 약제가 있다. 배 씨는 의료원 측에서 이 같은 기계 설비와 시스템만 마련해준다면 집으로 보내도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배 씨는 “시스템만 갖춰주면 집도 괜찮아요. 그런데 전화번호를 준 요양병원은 가보니까 이런 게 전혀 없어요”라며 배 씨는 “오늘(23일) 오전까지도 의료원에서는 오늘까지만 있고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의료원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있는 환자들은 증상의 차이는 있지만 배 씨 어머니처럼 적절한 의료장비나 약제가 필요한 이들이 다수다. 이들은 본인들의 이야기 전하기 위해 22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면서 적절한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대구의료원 라파엘병동 3, 4층에 환자들이 있다. 중증환자들이다. 당초 코호트 격리를 위해 전원 조치를 해야 한다. 당사자와 협의하고 병원과 협의했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며 “1차 방침은 그분들을 그대로 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전문가들과 얘기할 때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지 않더라도 층별 격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한다”며 “지금 입원 중인 분들에 대해선 그대로 치료하면서 나머지 병상을 이용해 확진자 치료하고 그 층을 코호트 격리해 엄격히 차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시장은 “중환자실에 있는 분들 전원 문제도 지역 대학병원과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다. 오늘까지 방침은 3, 4층은 코호트 격리하면서 나머지 층만 코로나 확진 환자 위해서 쓴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