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국당 후보들의 봉준호 마케팅…정의당, “영화는 보셨냐!”

민주당 후보들도 빈부격차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18:35

대구지역 정치권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상 수상을 함께 축하하면서도, 정당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드러냈다. 대구 중·남구 지역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은 ‘봉준호 동상’, ‘박물관’, ‘생가터 복원’ 등 기념사업 공약을 내놓자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장태수)은 11일 “영화는 보셨냐!”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은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난 봉 감독과의 지연을 강조하며 건립 공약을 쏟아냈다. 중남구 지역구에 나선 배영식(71), 도건우(48), 장원용(53) 예비후보가 일제히 11일 봉준호 거리, 동상, 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다. 옆 동네 달서구병 예비후보 강효상(59, 비례대표) 의원도 “그(봉준호)는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저의 이웃 동네에서 학교를 다녔다”며 박물관 건립을 약속했다. (관련기사=‘봉준호 박물관’, ‘동상’ 공약 대구 후보들…“기생충스러운 반응”(‘20.2.11))

공약이 쏟아지자 정의당 대구시당은 11일 긴급논평을 내고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것은 그 자체로 축하할 일”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자 하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오버액션이 기가 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은 “정치인으로서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영화 기생충에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려진 대한민국의 빈부격차를 해소할 정책 방안부터 공부하시라”며 “영화와 문화에 대해 기어코 한마디 하시겠는가. 그럼 영화 기생충부터 보고 말씀하시라”고 밝혔다.

앞서 북구갑 지역 정의당 조명래(55) 예비후보도 보도자료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 4개 부문의 수상을 대구시민과 북구주민의 이름으로 축하하며, 이번 총선이 우리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고 극복하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응도 정의당과 비슷했다. 중남구 선거구 더불어민주당 이재용(65) 예비후보도 보도자료를 내고 “봉준호 감독 마케팅을 벌이며 표심잡기에 나선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예비후보는 “자신들이 집권했던 시기 ‘블랙리스트’로 낙인을 찍었던 영화인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국민들의 감동에 무임승차하려는 몰염치한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우리 내부의 목소리와 문화예술계의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제1, 제2, 제3의 ‘봉준호’와 ‘기생충’을 배출할 수 있는 문화예술 중심기지로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앞선 10일 달서구을 지역 더불어민주당 허소(50) 예비후보는 “이 영화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과 찬사를 끌어냈던 것은 영화 ‘기생충’이 보여 준 빈부격차와 사회 불평등, 자본주의의 폐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영화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들추어냈다면 이제 정치권에서는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