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보조금을 유용한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이주여성센터)가 민간 프로젝트 공모사업에서도 강사들에게 지급한 강사비를 돌려받고, 카드깡을 하는 식의 회계 비위 사실이 확인됐다.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자립을 위해 지원한 가전제품을 이주여성센터 사무실에서 쓰기도 했다. 민간 프로젝트 사업의 회계 비위와 관련해 이주여성센터 전 대표 A 씨는 “본인 책임이지만, 세부적인 돈 관계는 담당자들이 알아서 했다”고 해명했지만, 전·현직 근무자들은 “A 씨 지시나 확인 없는 사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허위 강사 등록해 시 보조금 유용(‘20.1.7))
<뉴스민>은 이주여성센터의 비위 의혹 제보를 받고 <대구MBC>와 공동 취재를 했다. 대구시 보조금 유용 문제만이 아니라 민간재단 프로젝트 공모사업에서도 회계 비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적인 회계 비위 방식은 비슷했다.
이주여성센터 근무자나 부설기관인 대구이주여성상담소 상담원, 관계자들이 담당자나 강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교육사업으로 실제 강의는 내부 근무자나 자원봉사자가 진행하고, 계획서에 올라간 강사 통장으로 지급된 돈을 돌려받는 식이었다.
이주여성센터는 무지개청소년센터로부터 이주 아동·청소년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는 ‘레인보우 스쿨’ 사업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실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없는 강사들도 이름을 올려 강사비를 지급받았고, 이 돈을 이주여성센터로 돌려받은 것이다. 강사료는 시간당 2만 원이었지만, 실제 강의자에게는 1만 원만 지급됐다. 또, 홍보비용으로 책정된 금액을 일명 카드깡을 해서 현금으로 돌려받은 사례도 있었다. 매년 사업비는 약 3천5백만 원 정도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서 공모한 체육프로그램 ‘레인보우 UP’에서도 회계 비위가 드러났다. 사업계획서에 나온 태권도 강사는 이주여성상담소 직원이었던 B 씨인데, 실제 수업을 한 적이 없다. 강사비는 B 씨 통장으로 들어와 다시 이주여성센터 통장으로 들어갔다. 수업은 자원봉사자가 진행하거나 유튜브로 대체하기도 했다. 전체 사업비는 약 3백7십만 원이었다.
B 씨는 “상담원으로 입사 후에 전 대표 A 씨가 태권도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니 잘 됐다며 이름을 올리라고 했다. 그러고는 통장에 들어온 돈은 다시 센터로 입금하라고 했다. 당연히 그렇게 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허위 강사를 올려 돈을 받고,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돌려받는 사례는 더 있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서 지원하는 이주민 교육 및 지원 사업(2018~2019년 약 3천5백만 원)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강의는 자원봉사자의 무급으로 진행했고, 인건비도 실제 업무를 하지 않은 이주여성 이름을 올렸다. 전담자로 지정돼 인건비를 받은 이주여성, 강사 통장은 이주여성센터에 관리하고 있었다. 다과비 역시 물건을 사지 않고 카드깡을 통해 현금을 돌려받았다.
이외에도 세이브더칠드런, 아산통번역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의 프로젝트 사업에서도 인건비 지급 대상자와 실제 업무 담당자가 뒤섞여 회계 정리가 투명하지 않았던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주여성 당사자들에게 지급된 활동비를 이주여성센터 통장으로 돌려받는 사실로 확인됐다. 이주여성센터에서 일했던 이주여성 당사자 C 씨는 “번역비, 통역비 등으로 제 통장에 입금되는 줄은 알고 있었다. 어려운 이주여성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후원 처리한다고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자립을 위해 S-Oil이 지원하는 물품지원 사업에서 받은 냉장고, 에어컨, 청소기 일부도 이주여성센터에서 사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이주여성센터 전 대표 A 씨는 “상담원이라고 해서 찾아오는 상담만 할 수 없고, 적극적인 내담자 발굴을 위해 상담원이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것이다. 프로젝트 사업의 강사비 등은 강사의 자발적인 후원이 많았다. 회계, 통장 관리는 담당자들이 다 하는 것이라 세부적으로 저는 알 수가 없었다. 저는 인터넷뱅킹도 할 줄 몰라서, 월말에 월급 줄 돈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이주여성센터 근무자들의 말은 달랐다. 부설기관 이주여성상담소에서 근무했던 D 씨는 “프로젝트 세부 내용은 전 대표가 몰랐을 수 있지만, 돈이 들어왔는지는 전 대표가 꼬박꼬박 체크했다. 사회초년생들은 전 대표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돈 관계에 대해서 담당자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고, E 씨는 “처음에는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돈을 옮기라고 해서 했다. 문제 제기를 하니까 괜찮다, 내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 내에서도 자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시민단체 이름으로 연대했던 입장에서 화가 나면서도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내부 침묵의 카르텔이 깊게 형성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철저한 문책과 책임이 필요하다.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보조금 유용과 관련해) 대구시가 시민단체에 대해서 봐주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본다. 대구시도 시민단체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인권, 시민단체가 지역 사회에서 기여했던 역할을 존중하며, 이번 기회에 공적 기금 사용에 대한 성찰의 계기로 삼길 바라며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