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이 산재 위로금을 못 줘 건물 강제 경매 위기에 처했다. 수개월 전부터 재정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사회, 대구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패션연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대구지방법원은 패션연 건물 경매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 2017년 악의적인 언론 보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원의 유족이 산재 위로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당신은 펜을 든 살인자요” 목숨 끊은 한국패션센터 직원, ‘언론 갑질’ 의혹(‘17.11.2), 패션산업연구원 사망 노동자 명예회복 합의…60일 만에 장례(‘17.12.27))
유족 측은 단체협약에 따른 산재 위로금 2억 2천만 원을 요구했다. 패션연은 9천만 원을 우선 지급한 뒤, 산재로 인정되면 나머지 1억 3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 결정이 났지만, 패션연은 재정난을 이유로 남은 위로금을 지급하지 못했다. 법원은 지난 7월 가압류 결정을 내렸고 8월 지급 명령까지 내렸지만, 패션연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건물 경매 절차 개시하기로 한 것이다.
수개월 전부터 문제가 예고 됐지만 운영과 관리·감독 주체인 이사회, 대구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연 기획경영실 관계자는 “전체 운영비에서 큰 폭의 적자는 아니지만, 1억 3천만 원 중 일부 금액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산자부와 대구시에 여러 번 요청을 드렸다. 직원들 고통 분담도 엄청나다. 예산 부족이 최근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작년부터 이월된 문제다. 부족분이라도 지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욱 공공연구노조 패션연지부장도 “건물 강제 경매는 연구원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심각한 문제다. 산재 위로금 문제에 더해 최근 임금 체불 등 경영상 어려움도 있다”며 “이 문제를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꼬집었다.
패션연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허가를 받아 설립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다. 대구시는 패션연 이사로 참여하고 있고, 패션연에 민간 위탁 사무를 맡긴다.
대구시 섬유패션과 관계자는 “시가 이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연구원 자체는 산업부에서 주요 운영 결정을 한다”며 “산업부에 해당 사안에 대해 지침을 정해주면 시도 따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