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철호 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 상가에 모인 너희들의 경제성장, 민주주의!

“국가장”은 결국 저들의 축제다. 우리가 저들의 축제를 멈추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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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사진=청와대]

19년 전 어느 날, 우리 가정에 처음으로 국가가 찾아온 적이 있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노가다 4년차, 새벽일을 나가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상인동 한라아파트 1동 104호. 어렵게 추첨을 받아 간신히 산 집이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전세를 놓았다. 그런데 세입자가 갑자기 나가겠단다. 부랴부랴 복덕방에 알아보니 집값이 폭락해 전셋값이 집값보다 더 높아져 있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당황한 쪽은 우리보다 세입자 쪽이었다. 나는 새벽마다 걸려오는 세입자의 전화가 두려웠다. 더 견딜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작고한 정만진 선생을 앞세워 신용금고에서 대출한 이천만 원까지 보태서 세입자에게 등기 이전해 주었다. 그 집은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그게 바로 IMF라는 완장을 차고 불쑥 우리 집을 찾아온 국가라는 존재였다. 그 후 너무나도 힘겨운 가난의 굴레에서 지금까지 고통을 받았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국가는 우리를 단 한 번도 따뜻한 모습으로 찾지 않았다. 내 나이 60이 넘도록!

지금 박근혜 정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를 앞세워 가진 자들의 축제를 열고 있다. 국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은 대통령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재확인하고 있다. 지배세력 즉, 박근혜 정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는 망자와 동일성을 통하여 스스로 정권의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지배계급의 이야기 속에는 국민도 없고, 노동자도 없다. 다만 자기들뿐이다.

얼마 전 백화점 주차관리노동자가 젊은 부부 앞에 꿇어앉았다. 주차장이 만차라는 안내를 했을 뿐이었지만, 백화점 사장과 친인척인 자기를 알아 모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가운 맨바닥에 무릎 꿇은 주차관리노동자의 마음에는 아내와 아이들 부모님 생각이 스쳐갔을 것이고, 해고라는 두려움이 비참함이란 사치를 저 뒤로 밀어냈을 것이다. 역시 그에게 든든한 국가는 없었다.

이것이 지금 지배계급, 너희가 이룩한 경제성장이고 민주주의의 실체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불러온 IMF경제체제로 인해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 대다수가 이러한 지배계급의 폭력에 노출되었다. 이제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노동의 연속성을 빼앗으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한 영국인은 이러한 한국의 모습을 미친 국가, 미친 사회라고까지 묘사했다.

썩어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진 한국사회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인간적 관점에서 관찰한다면 저 아프리카 오지의 반문명적 삶이 한국인의 삶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저들의 가난은 가난하지만, 인간적 삶의 가치가 존중받는 가난이다. 그렇지만 한국사회의 가난은 철옹성 같은 가진 자의 멸시와 천대에 갇힌 가난이지 않은가? 더욱이 이 가난마저도 박근혜 정권에 대한 허위의식으로 인해 계급적 분노와 저항보다는 길들여진 맹목적 신뢰와 지지 외에는 없는 것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경제는 더욱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 중국은 6%, 한국은 엄청난 돈을 풀어서 3%를 맞추려고 한다. 박근혜 정권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결국, 부동산 상승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향을 가져와 서민을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으로 다가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드는 시기, 박근혜 정권의 성격상 파시즘적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파시즘의 필수조건은 어떤 희생양을 삼아야 한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선택했듯이. 명확히 들여다보면 지금 권력의 속성상 그 대상은 노동자일 것이다. 특히, 정규직노동자가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동법 개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파시즘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표현 하나하나는 국가 정상이 할 수 있는 표현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이제 국민이 아닌 지지자의 동원만 남았다.

최근 11월 14일 민중궐기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IS와 동일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재자의 거칠 것 없는 오만을 보았다. 따라오는 식의 통치, 사람에 대한 이해부족이 겹쳐져서 우리사회를 더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김영삼 전 대통령 상가에 모여 있는 지배계급은 이런 상황을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국가장”은 결국 저들의 축제 자리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저들의 축제를 멈추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