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을 위법하게 보전해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은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을 비롯한 전직 대구은행장 및 임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박인규(65), 하춘수(66), 이화언(75) 전 대구은행장, 이찬희(63) 전 부행장(현 대구신용보증재단 이사장), 김대유(59) 전 공공금융본부장과 대구은행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구지방법원 제10형사단독(부장판사 박효선)은 8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무죄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인규 전 은행장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하춘수, 이화언 전 은행장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 이찬희, 김대유 전 부행장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했고, 대구은행에도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구은행은 수성구청에 판매한 펀드 손실이 발생하자 은행장을 포함한 부행장급 이상 전현직 임원들이 공모해서 수성구청 펀드 손실을 보전해 죄질이 불량하고 손실 보전 액수도 거액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금융투자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금융상품 시장 본질을 훼손하고 금융상품 투자에 있어서 자기 책임 원칙에 반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박인규는 범행 당시 현직 은행장으로 모든 범행을 주도했고, 하춘수, 이화언은 전직 은행장으로 거액 자금을 부담했다. 이찬희는 펀드 사업을 담당하는 본부장으로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했고, 김대유는 금융감독원 보고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손실 보전에 동참했다. 피고인들은 범행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죄책을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이 정기예금증서 발급 사실 확인서 등 문서를 작성한 것에 대해 사후 수습 차원에서 이뤄졌고, 피고인들이 출연한 자금을 사후에 보상받거나 개인적으로 이득을 얻은 건 없다”며 “피고인 대부분이 초범이거나 벌금형 초과하는 전과가 없다”는 사실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수성구청은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하던 도이치코리아채권투자신탁에 30억 원을 투자했다가 10억 원 가량 손실을 냈다. 박인규 전 은행장 등은 2014년 전·현직 임원들과 함께 12억 2,400만 원을 모아 수성구청 손실을 보전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자본시장법 55조는 금융투자상품 매매나 그 밖의 거래에서 손실의 보전이나 이익을 보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8월(이찬희, 김대유), 징역 10월(하춘수, 이화원), 징역 1년(박인규) 등 차등해서 구형했고, 대구은행에도 벌금 3,000만 원을 구형했다.
한편 법원은 펀드 손실 사실을 숨기려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성구 공무원 이 모(56) 씨에게도 재판부는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실이) 상급자에게 알려지거나 결산 과정에서 알려질 경우 자신이나 관련 공무원이 문책이나 징계받을 걸 우려해 허위 회계 결산 서류를 작성했다. 범행 동기, 수법이 불량하다.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초범인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