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대구시는 2020년 고등학교 3학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키로 했고, 국회에선 고등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대구, 경북 현재 중학교 3학년 재학생들은 올해까진 무상교육 정책의 혜택을 받지만, 내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다시 급식비나 교육비 등을 납부해야 한다. 정책적 일관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다.
대구는 2019년부터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내년에 고3 학년부터 무상급식이 시작되면, 현재 중3 학생은 내년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급식비를 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 중2 학생은 고등학생이 되는 2021년 다시 급식비를 내야 한다.
국회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에 따라 무상교육(고교 입학금, 수업료 등 비용 무상. 급식비는 해당 사항 없음)은 2020년 고등학교 2, 3학년부터 시행되는데, 현 무상교육 적용을 받는 중3 학생은 내년에는 다시 무상교육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올해 대구의 중3 재학생들은 무상급식, 무상교육 정책의 수혜를 받지만 내년부턴 다른 지역, 다른 학년들과 다르게 무상교육 정책의 몇 안되는 비수혜 그룹이 된다. 이는 경북의 중3 재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의 고등학교 무상급식 시행 방침에 환영하면서도, 단계적 시행에는 아쉬움을 표했다. 정책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전면 시행이 옳지만, 만약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더라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더했다.
무상급식 적용을 받는 중학생들이 다시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급식비를 내는 것은 일관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대구시가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학생 수가 더 많은 고3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도 말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인구감소 경향 때문에 저학년일수록 학령인구도 적다.
은재식 복지연합 사무처장은 “중학교 무상급식을 도입할 때 중1부터 시작했던 논리가 바로 초등학교 6학년이 중학생이 돼서 또 급식비를 내는 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라며 “그 논리 그대로 적용하면 고등학교도 1학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 예산 부족 이야기를 하면서 수가 더 많은 고3부터 시행하는 이유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고1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모두가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태운 대구시 교육협력정책관은 “내년 고1부터 정책을 시행하면 지금 고등학교 다니는 학생들은 받을 방법이 없다”며 “지금 중3은 고2가 되면 받을 수 있으니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지 않은 곳은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경북도 네 곳이다. 이 중 부산시는 2019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무상급식을 시행해, 매년 적용 학년을 확대한다. 서울시는 부산시와 반대로 2019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의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대구와 경북은 2020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무상급식을 시행한다.
은재식 사무처장은 “중학교 무상급식 때는 1학년부터 적용했는데 고등학교는 거꾸로 적용하면서 생긴 오류다. 정책 일관성이 없는 것”이라며 “고3부터 적용하면 현실적으로 정책이 너무 혼란스럽다. 좋은 정책 시행하고도 욕 얻어 먹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시와 교육청, 의회가 다시 머리를 맞대서 내년 1차 추경에서 모든 학생이 무상급식 적용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