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규모 라이브클럽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버닝썬’ 사태 직후 대구경찰이 대형 클럽을 단속하면서, 소규모 라이브클럽도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을 계기로 조례 제정 요구가 나오게 됐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된 라이브클럽은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별도 조례가 있다면,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이 허용될 수는 있다.
지난달 27일, 대구 동성로 라이브클럽 밸브(VALV)에서 대구 라이브클럽 ‘춤 허용 조례’ 제정을 위한 포럼 ‘딴스홀을 허하라’가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 한상훈 대구민예총 사무처장은 라이브클럽 문화의 역사와 편견을, 정연우 대구 남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남구의 춤허용 조례제정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김명환 소리공간 대표는 댄스홀의 역사적 변화를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는 이경숙 대구 중구의원(더불어민주당), 관객, 디제이·랩퍼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포럼은 대구에서 이미 형성된 라이브클럽 문화를 행정이 따라오지 못하고, 오히려 불건전한 것으로 바라본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진행됐다. 음악 장르에서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라이브클럽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지적이다.
배두호(38) 밸브 대표는 대형 클럽과 소규모 라이브클럽을 일률적으로 같은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소규모 라이브클럽은 청년 음악 문화를 누리기 위한 공간으로, 사실상 힙합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적인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부킹 문화가 특징인 대형 클럽과 달리, 라이브클럽은 힙합 장르를 소비하면서 동시에 생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라이브 음악을 소비하는 플랫폼과 공연 시스템 추세가 바뀔 때 2015년 밸브를 만들었어요. 당시 힙합만 하는 장르 지향 클럽이 없어서 화제가 됐어요. 우리는 유행을 좇아가는 게 아니고 릴리즈 (발매) 되지 않은 음악이나, 빌보드에 오르지 않은 음악을 발굴하면서 유행을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유흥주점으로 등록한다는 것은 여기서 활동하는 디제이나 랩퍼, 직원들이 유흥접객원이 된다는 반발심이 있어요. 모두 청년 예술가이고 꿈이 있어서 힙합을 하는 건데. 지금은 그래서 과징금을 받아도 그냥 내면서 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떠나 춤추는 게 뭐가 잘못됐느냐는 거죠.” (배두호 대표)
현실적으로는 단란주점 등록 전환이 어려운 점도 있다. 건물주에게 추가로 세금이 부과되며, 주차장 마련 등의 문제도 생긴다. 중구청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에서 허가가 가능한 일반음식점을 유흥주점으로 등록하려면 위락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한상훈 사무처장은 소규모라이브클럽은 ‘버닝썬’ 부류의 대형나이트 클럽과 문화적 구분이 있으며, 식품위생법이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받은 라이브클럽의 활동을 막는 상황에서 청년 문화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사무처장은 “대구힙합페스티벌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가는 큰 이벤트다. 이도 중요하지만, 지역에 이미 있는 클럽에서 공연이 되고 아티스트들이 커가는 환경도 함께 육성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행정적 관심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경숙 의원은 “구청 입장에서는 일반음식점에서 춤이 허용되면 주로 경찰보다 구청에서 단속 책임을 지게 된다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있다. 조례안을 당장 발의하더라도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예술과 문화적인 측면도 중요하기 때문에 양성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공론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춤 허용 조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동성로는 상업지역이라서 용도변경을 통해 유흥주점 허가가 가능하다. 이 조례가 공익적 목적인지, 몇몇 영업자들의 업소를 합법화하기 위한 것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동성3길 라이브클럽 상인협의회는 10월 중 조례 제정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