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무료 배포하는 ‘노동개혁’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논란이다.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면서 직장 내 남녀차별에 대한 편견이 담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19일 고용노동부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을 열고, 친구를 맺는 선착순 10만명에게 ‘노동개혁’ 이모티콘을 무료 배포했다. 임금피크제 어깨띠를 멘 너구리가 ‘가늘고 길게’를 외치며 엄지척하고 있는 이모티콘은 특히 누리꾼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했다.?이어 지난 18일부터 무료 배포중인 이모티콘 ‘시즌2’는 직장인 여성에 대한 편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시간단축’이라고 적힌 손수건을 목에 두른 하얀 너구리는 아기 너구리를 번쩍 들어올리면서 핸드백을 한 발로 밟고 있다. 이 하얀 너구리는 여성이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성의 일가정양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이에 김영교 알바노조 대구지부장은 “아이는 왜 여자가 보느냐. 심지어 핸드백을 밟고 있다. 핸드백이 아닌 아이를 선택하는 ‘개념녀’를 표현하는 것 같다. 이건 여성혐오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여성의 임금이 대체로 저임금인 현실에서 근로시간만 단축한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하얀 여성 너구리와 넥타이를 멘 갈색 너구리가 한 배에 타고 있는 이모티콘도 있다. 남성인 갈색 너구리는 혼자서 노를 저으며 여성 너구리를 향해 ‘노냐?’고 째려본다. ‘시즌1’에서는 남성 너구리가 열심히 일하는데 뒤에서 통화만 하며 노는 여성 너구리 이모티콘이 있다. 갈색 너구리는 ‘내가 봉이냐?’며 화를 낸다.
이에 김은진?알바노조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고용노동부의) 여성 혐오가 후덜덜하다. 배가 가정을 뜻하고, 남자가 일하고 여자는 논다는 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유리 대구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저런 이모티콘은 노동개혁과도 아무 상관없데 무슨 의도로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함을 내비쳤다.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일반해고 요건 완화?△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성과급제 도입?△임금피크제 도입?△비정규직 기한 연장?△파견 업종 확대 등을 포함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유리 위원장은 “노동개혁 추진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계속 청년을 앞장세웠는데 진짜 대책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청년들은 이미 일상적으로 야근수당없는 야근, 열정페이 등 위법이 넘쳐나고 있다. 노동법 안전지대가 없는 이상 노동개혁은 청년들을 더 큰 곤란에 빠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실업급여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수급자격 중 고용보험 가입 기간이 180일에서 270일로 늘어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30일 늘어난다고 홍보하지만 (청년들에게는)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김영교 지부장은 “저성과자 일반해고는 정말 심각하다. 경쟁에서 탈락하는건 죄악이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한다걸 아예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해고가 일반화되면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 노동자의 연결고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이제 무조건 남보다 잘해야 살아남을수있다는 게 훨씬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고용노동부의 이모티콘을 보며 “고용안정은 꿈나라로~”, “성과급을 받기 위해 굽신거리는 너구리”, “일자리 쳐내기 개혁” 등 재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20일 여야는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해 첫 심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