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불법을 바로 잡으라는 한국정부의 어떠한 결정도 따르지 않는 아사히글라스에 대한 경상북도, 구미시의 특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아사히글라스가 직접고용 당사자라며 노동자 23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2일 오전 11시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등은 구미시청 4층 열린나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사히글라스에 대한 특혜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2004년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와 투자협정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사히글라스는 50년 간 구미4국가산업단지 토지 무상임대, 지방세 15년 감면 혜택 등을 받아왔다.
토지 무상임대는 50년 계약이지만, 10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이후인 2015년 9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아사히글라스와 무상임대 계약을 갱신했다. 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경상북도가 특별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입주 기업의 자본 규모 등의 조건만 확인한다. 당시 경상북도 관계자는 “토지 임대계약 갱신은 아무 문제없다”고 밝혔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전범기업을 유치한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일어난 불법 행적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독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법원이 불밥파견이라고 판정했음에도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어떤 입장도 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구미시장님, 기업이 불법을 자행하는데도 눈감아줘서는 안 된다”며 “해고된 노동자들이 4년 넘게 싸우고 있다. 이 문제가 저희만 싸워야 하는 문제인가. 시장님은 할 일을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9월 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78명을 11월 3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지시를 내렸고, 검찰은 올해 2월 아사히글라스 등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또,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는 아사히글라스가 직접 고용 당사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현재(2일)까지 아사히글라스는 아직 항소하지 않았지만, 곧 항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아사히글라스가 파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직후인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회장을 만나 원직복직을 요구하겠다. 지금까지 (한국 아사히글라스 대표를) 몇 번이나 만나서 요청했던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본사 측과 일정을 조율했으나,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아사히글라스 측은 지난 4월 <뉴스민>의 서면 질의에 “구미시장이 당사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담당 임원의 출장이 들어가 있어 담당 부장이면 면담 가능하다고 답했다”며 면담 자체는 거부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당시 장 시장은 “회장이 아니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은 2일부터 7일까지 일본에 갔다. 이들은 아사히글라스 본사에 항의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