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2016년부터 대구시 주최, 대구시민센터 주관으로 ‘대구청년NGO활동확산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NGO(비정부기구)를 통해 청년들의 공익 활동 경험을 증진시키고, 청년들의 공익 활동이 NGO에는 새로운 활력이 되고자 합니다. 2019년에는 20개 단체와 20명의 청년이 만나 3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뉴스민>은 대구시민센터가 진행한 청년NGO 활동가 인터뷰를 매주 수요일 싣습니다. 이 글은 ‘청년NGO활동가확산사업’ 블로그(http://dgbingo.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대구 중구 북성로의 ‘모루’라는 공간에 들어가니 훌라(HOO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석민상 활동가가 정성스레 공간을 꾸미고 있었다. 아직 완성된 공간은 아니지만 한쪽 벽면은 작업대로, 한쪽 벽면은 공구들로, 또 다른 한쪽 벽면은 서적들로 채울 것이라 말하는 석민상 활동가는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 올해 훌라에서 활동하게 된 청년NGO활동가 석민상이라고 한다.
훌라에서 활동하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
= 작년에 반딧불이로 활동했었는데 반딧불이 활동을 통해서 훌라 활동도 하게 되었다. 반딧불이 활동을 하면서 ‘업사이클링 뮤지션’이라고 해서 같이 북성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자원을 수집하고 악기를 만들어 직접 공연을 하는 워크숍을 훌라와 같이 진행했었다. 그때 반딧불이에서 보조강사로 들어가서 같이 사업을 했다. 그리고 나서 훌라팀에서 본인들이 직접 만든 악기를 가지고 공연을 하는 밴드를 하는데, 드럼에 자리가 나서 저에게 제안을 했다. 토요일마다 ‘모루’에서 진행하는 ‘토요꿈다락 문화학교’에서 가족 단위로 어린 친구들과 함께 악기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것 말고도 청년센터 청년주간, 북성로 축제도 참여했었고 훌라에서 기획한 도시탐사대에도 참여했었다.
이전엔 반딧불이에서 활동 했는데, 청소년에 관심이 많았나?
= 지금도 청소년에 관심이 많다. 청소년 관련 이슈들이 많이 있는데, 어떤 방법론으로 사회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이 있었다. 그런 지점이 훌라에서 활동하면서 많이 해소되는 것 같다. 훌라는 사회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굉장히 새롭다. 특히 문화·예술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 새롭다. 반딧불이 활동하면서도 그런 역량을 키우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올해 청년NGO활동 확산사업엔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 작년에 단체 사정으로 8개월 활동을 다 마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런 점에서 꼭 지원해서 온전히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사하듯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인관간계를 맺는 것 같이 점진적으로 같이 공유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단계를 밟는 것이 청년NGO활동 확산사업이라 생각한다. 훌라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좋은 것 같다.
훌라는 어떤 단체인가?
= 훌라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단체다. 그만큼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열정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단체다. 북성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올바른 북성로 지역 도시재생을 고민하고 있다. 요즘 도시재생이라는 말 자체가 많이 쓰이면서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그냥 싹 다 허물고 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북성로 지역을 어떻게 재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북성로는 해방 이후 한강 이남에서 가장 컸던 공구거리라고 한다. 장인 정신이 살아 있음에도 거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북성로 기술융합소 모루를 위탁운영하게 되면서 북성로 장인들의 공구를 전시하거나 북성로 이야기를 전시하는 컨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 북성로의 자원을 이용해 만든 악기로 공연도 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메이커스 워크숍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 팩토리 공간을 조금 더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한쪽 벽면은 메이커스 관련 서적으로 구성하고 한쪽 벽면은 작업대를 구성할 계획이다. 뭔가를 만들고 싶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고 공구도 공유 및 대여한다. 큰 작업대를 만들어서 단체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공구대여는 비용을 지불하는가?
= 공구대여 및 공간 이용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워크숍을 진행할 땐 비용이 들 수 있다.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석민상 활동가가 생각하는 올바른 의미의 도시재생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훌라 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이 지역은 나에게 일터뿐만 아니라 삶터다.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자주 지나다닌다. 우리 집이 원룸 4층인데도 높은 건물이 없어서 지평선이 보인다. 북성로 지역이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중 하나라서 기록적인 가치가 많다. 실제로 지나다니면서 봐도 엄청 오래된 거리나 가구들이 많이 있다. 북성로에서 공업소를 해온 장인들이 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서 본인들이 갈 곳을 잃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실제로 몇 달 사이에 한 블록이 사라지고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기록적 가치, 장인정신, 도시의 오래된 이야기들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런 것을 기억하고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의미의 도시재생이 아닐까 생각한다.
훌라는 어떤 분위기인가?
= 일과 삶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분위기다. 일하는 것이 본인의 삶이고, 삶이 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환대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북성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고 있는데, 우리끼리만의 훌라가 아니라 북성로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이 공간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훌라에서 기획하는 부분도 있지만, 카페 ‘북성로 공구빵’ 사장님들도 함께 만들고 있다. 그래서 다 같이 하는 느낌이라 좋다. 공간과 훌라를 매개로 해서 다양한 관계가 생겨나는 게 재밌다.
훌라 안에서 석민상 활동가는 어떤 역할인가?
= 훌라에서 기획하면 디테일하게 실행하는 역할이다. 단체에서 공간을 관리하는 역할, 물품과 사람이 오가는 것을 체크해서 이 공간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역할이다. 학생 역할도 있다. 다른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셔서 일을 배우는 역할도 있다.
어떤 것들을 배우는가?
= 일단, 기획을 어떻게 하는지, 기획을 하면서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배운다. 다른 면으로는 이전부터 활동하면서 이슈파이팅 등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 말고도 직접 내 손으로 할 줄 아는 것이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활동하면서 당장 무언가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직면하니까 공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전하게 철을 재단한다든지 그런 기술을 배우고 있다. 그냥 학원에서, 또는 인터넷 강의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장인들에게 직접 배우는 것이라 질이 다른 것 같다.
활동이 엄청 재밌을 것 같다.
= 기획하고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사실 막막한 측면이 있다. 정형화된 사이클 안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매일 매일 출근하면 막막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뭔가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체력소모도 크고 많이 지치는 면이 있는데 그만큼 재미도 있고 하루하루 성장하는 느낌이 들어서 엄청 좋다.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는가?
= 청년NGO활동 확산사업에 참여하고 처음으로 훌라 공연을 같이했는데 청년NGO활동가들이 그 공연을 보러 와줘서 의미가 있었다. 지구의 날 행사였는데 중앙로에서 공연을 했다. 지금 하는 활동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관리하는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조금씩 만드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나서 변화된 점이 있을까?
= 생활 사이클이 변화하고 있다. 일단 꾸준히 주5일 동안 몸담을 조직이 생겨서 안정감이 느껴지고 장기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다. 비록 10개월이긴 하지만 엄청 큰 마중물이 될 것 같다. 구체적으로 훌라 활동을 하면서 ‘내 몸으로 무언가 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효능감이 생긴 것 같다. 그냥 업무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계단처럼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과업들이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남은 기간 활동 각오가 있는가?
= 내가 있는 공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이 오게 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공간 모루를 재밌는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석민상 활동가의 꿈은 무엇인가?
= 대구시민센터의 윤종화 이사님처럼 대구시민사회의 큰 별이 되는 것이다. 대구지역에서 대구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예를 들어, 북성로라는 지역도 대구만의 정체성을 지닌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지역공동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꾸준히 버티는 것이 목표다.
왜 대구지역인가?
= 내가 나고 자란 곳이라서 대구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계속 활동해왔고 지속해왔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가치를 계속 쌓아 가면서 유의미한 인물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
= 훌라에서 청년NGO활동을 하면서 활동가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특히 청년NGO활동 확산사업에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싶다. 청년NGO활동 확산사업에서 새로운 색채를 나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