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는 정례회든, 임시회든 회기 중에 시장, 교육감을 출석시켜 시정에 관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구시민을 대신하여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 시정 전반 또는 특정 사항에 대해서 시장이나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는 것입니다. 근본 취지는 시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시정에 대한 시민 요구를 전달하고 시정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 집행부에 대한 견제역할을 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의장은 의원의 질문과 시장 또는 교육감의 답변이 교대로 균형 있게 유지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구시의회는 16일부터 268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17일 오후 2시부터 시정 질문 및 5분 발언을 진행했습니다. TBC 방송국이 생방송으로 2시간 동안 중계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본 회의장에 앉아서 자료를 뒤적이던 저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자료를 발견했습니다. ‘대구 도시브랜드 개발 과정’이라는 제목의 대구시가 준비한 자료집이었습니다.
“설마 본회의장에서 이걸 설명하겠다는 건 아니겠죠?”
“설마요”
“그냥 참고자료로 준 거겠지요?“
그러나 이런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동료의원의 ‘대구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 슬로건 재구축의 문제점’이라는 준비된 질문이 짧게 끝나고 답변자로 나선 대구시장은 이 의문의 자료를 TV 화면에 띄워가며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정작 질문에 대한 필요한 답변은 짧게 했습니다.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 순간 만큼은 의회 본회의장은 대구시정의 홍보장이었습니다. 이 문제로 여러 언론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시장은 기회가 되면 설명과 설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마침 의원 한 분이 이 문제에 대해 시정 질문 하겠다고 했고 시장은 이 기회에 자신의 입장을 이해시켜야겠다 싶었나 봅니다. 이런 의도라면 시장은 충분이 성공했습니다. 최소 20분 이상 TV 생방송을 통해 예산 낭비가 아니라는 당위성을 설파했으니까요.
그러면 시의회는 어떻게 되었나요? 송곳 질문과 자료 준비로 시민들이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시정에 대해 시민을 대신하여 집행부를 견제해 달라고 만들어 놓은 본회의장을 시장에게 내어주고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시계만 쳐다봐야 하는 30명의 의원들은 뭐가 될까요? 질문과 답변을 균형 있게 이끌어 가야 할 의장은 좌불안석이고, 지난 회기 때 의원의 질문시간 초과를 단호하게 문제제기하던 사무처장은 졸고 있었습니다.
이해는 갑니다. 같은 당 시장의 호기로운 설명을 생방송 도중 제지하는 것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알겠고, 자신의 인사권자인 시장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겠다는 의미도 알겠습니다. 대구광역시의회 회의규칙을 찾아보니 시정질문은 20분으로 제한해 뒀는데 답변은 제한시간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모두 미비한 회의규칙과 보은, 의리 뒤에 숨어있는 사이 부끄러움과 시민의 손가락질은 의원들 몫이 되었습니다. 의회 무용론과 의원 자질 논란은 이렇게 하나하나 쌓여갑니다. 좋은게 좋은 거라는 ‘덮어주기 신공’이 모여서 생기는 것이라는 사실은 좀 알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변하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정치, 당분간은 거울을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늘 오전 갑작스런 친구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가끔 전화해서 ”잘하고 있제? 안 와도 되고 연락 안 해도 된다. 그 시간에 유권자 더 만나고 공부 더해서 존경받는 정치인이 되라“고 말해 주던 친구는 밤새 심장마비로 세상을 달리했습니다. 그 친구에게 정말 부끄럽습니다.
대구광역시의원으로 선출되어 의원으로 활동한 지 만1년이 지났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초보의원으로 의회 적응만 하고 있을 순 없으니 초보의원 의회 적응기는 만 1년을 끝으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대신, 2달에 한 번씩 ’초선의원 의정활동 보고회‘를 제 지역구에서 진행하려 합니다. 마음 내준 독자들과 기꺼이 지면을 빌려준 <뉴스민>에 감사의 마음 전한다. 준비 기간도 길어지고 힘들겠지만 유권자와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2개월에 한 번씩 하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힘들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힘들더라도 약속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