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투데이는 인천에서 3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두 영아의 엄마가 ‘동창’이라는 단독보도를 냈다. 사건 재수사의 전환점이 된 의미 있는 특종이었다. 그러나 이는 몇 시간 뒤 같은 내용을 담은 중앙일보 기사가 포털사이트 뉴스판 ‘첫 화면’에 게재되고 나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전 충남일보에서 단독 보도한 ‘천안 S고 불법 촬영 사건’도 비슷한 사례다. 해당 사실은 이틀이 지난 후 YTN과 국민일보의 동종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사실을 최초로 세상에 내놓은 것은 지역 언론이었지만,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이를 받아쓰거나 한참 뒤에 보도한 중앙 언론의 기사로 쏠렸다.
바야흐로 포털의 시대다. 혹은 ‘네이버’의 시대라는 말이 맞겠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응답한 비율이 76%, 그중 71%가 포털사이트 중 네이버를 이용한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4월, 네이버의 모바일 앱 개편은 많은 지점에서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첫 화면 뉴스 편집을 과감히 포기하고 구독 시스템 채널을 도입한 점과 인공지능 알고리즘(AiRS)을 이용해 개인의 ‘맞춤형 뉴스 큐레이팅’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모바일 뉴스판의 첫 화면에 걸릴 수 있는 언론 즉, ‘제휴 언론의 기준’이다. 2019년 2월 기준, 네이버 모바일 앱 채널 44개 중 지역 언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네이버가 내걸고 있는 제휴언론 충족 조건은 세 가지다. 해당 매체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사일 것’, ‘네이버와 계약을 맺은 모바일 접속 인링크 방식일 것’, ‘데일리 콘텐츠를 생산할 것’ 등이다. 이 조건들은 철저히 수익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수렴된다. 문제는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제휴 조건 자체가 자본과 권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중앙 언론만이 유리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뉴스콘텐츠를 유통하는 거대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돈 안 되는’ 지역 언론은 선택지의 고려 대상으로도 삼을 필요 없다는 그들의 생각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뉴스판에서 지역 언론이 지워진 사이, 중앙 언론은 ‘100만 혹은 200만 구독 달성’이라는 수치화된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구독 싸움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네이버가 중앙 언론과 지역 언론 간의 기울어진 미디어 생태계를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뉴스를 배열하고 뉴스 노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포털사이트는 검색엔진 기능을 넘어 하나의 언론으로 확대됐다. 이는 포털이 시민사회의 여론 형성과 정보 수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네이버가 지금처럼 화면에서 지역 언론을 배제한 채 중앙언론만 노출한다면 지역민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해야 할 지역의 사안조차도 수도권 중심적인 보도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보도를 수용하는 시민사회 역시 수도권 중심적인 여론을 형성할 우려가 있다. 네이버는 지역 언론을 균형 있게 담고 시민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네이버는 시민사회에 다양한 공론장을 제시할 수 있는, 영리 추구 그 이상의 목표와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18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네이버 지역언론 배제 반대 성명서 채택 건의안’을 의결했다. 그간 국내 최대 포털로서 묵과해왔던 책임과 윤리에 대해 성찰하고 지역 언론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다.